본문 바로가기

발표 시60

그때 , 낙산에서는 / 박흥순 그때 , 낙산에서는 허물어진 낙산성터에 젊은 해가 피 흘리며 비틀거렸다 창백한 달빛은 그 자리에 종종걸음으로 서성거렸고 어둠속 별들은 손뼉을 치며 푸른 아우성을 쳤었지 나는 바람의 등을 타고 높이높이 날고 싶었어 그곳 , 동쪽으로 아주 먼 동쪽으로 ---------------------------------------.. 2018. 1. 6.
외나무다리를 혼자 건널 때 / 박흥순 외나무다리를 혼자 건널 때 깊은 들숨이 필요하지 왼발로 외나무다리를 밟으며 눈길은 건너편 하늘의 토끼모양 구름을 쫒아가 거기, 말괄량이 삐삐가 앉아 손짓하고 있다고 생각해봐 발 거름이 한결 가벼워지지 않겠어 삐삐 얼굴에 박힌 점들은 밤하늘의 별들이라고 생각을 해봐 어.. 2017. 12. 31.
그믐밤 / 박흥순 그믐밤 첫닭 울기 전 짙은 어둠속 허공을 휘둘러 한줌 꽉 잡아 뒤 틀은 허무를, 텅 빈 가슴속으로 쑤셔 넣어본다 팅팅한 허무가 팽팽하게 부풀린다. 땀 냄새 그득그득 빈주머니 채워갈 때 여명의 길목에서서 한주먹 두 주먹 솟아오른 붉은 해, 덥석덥석 따 담았었지 나귀처럼 걷던 길 위에 .. 2017. 11. 29.
베란다에서 우는 귀뚜라미소리 / 박흥순 베란다에서 우는 귀뚜라미소리 그가 아직 떠나지 않았는데 창문 틈 사이로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온다 창문을 꼭 닫아도 문틈으로 스며드는 귀뚜라미 소리 푸른 산들이 오색치마로 갈아입는다는 숨 가쁜 전언이다 비 내리던 날 흠뻑 젖어 걸어가던 내 모습 같기도 하고 안개 속.. 2017.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