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시60 낙조 낙조 누구세요? 아이처럼 두 눈을 깜빡이며 묻는다 흐릿한 안경을 벗어들고 이래도 제가 누군지 모르시겠어요 글쎄, 누구신데 자꾸 그러세요 정말 모르시겠어요? 엄니아들이에요 내 아들 네 내 아들이라고요 그래요 잘생긴 엄니아들이라니까요 아이고, 내 아들이라고, 추운데 밥은 먹었.. 2020. 4. 16. 어느 농부의 이야기 어느 농부의 이야기 쌩 땅을 기름진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먼저 곡괭이질부터 해야 하죠 힘껏 곡괭이를 내리찍었을 때 곡괭이가 튕겨지며 온몸으로 전해오는 통증 파헤쳐진 그 쌩 땅 잔돌 골라내고 별을 심고 달을 묻고 파랑도 뿌리고 근데 말이죠 퇴비는 봄 햇살처럼 내려야 해요 .. 2020. 3. 27. 괴물 괴물 새벽 3시57분 이었다 잠에서 깨어 급하게 화장실로 갔다 거기 거울에서 나를 바라보는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 시림은 괴물 이었다 (2020 뮨학과 창작 봄호( 2020. 3. 27. 섣달 그믐 날밤 풍경 / 박 흥 순 섣달 그믐날 밤 풍경 총신대역 14번 출구 앞, 백발의 할머니가 고개를 떨구며 졸고 있습니다 땅바닥에 앉아 한 움큼으로 변해버린 주인을 닮아서인지 투명비닐 봉투 속에 떨고 있는 물건들도 한 움큼 한 움큼입니다 백발할머니 맞은편 켄터키할아버지 가게 안은 크리스마스 트리 불빛이 .. 2019. 5. 6. 이전 1 2 3 4 5 6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