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시280 뼈저린 꿈에서만 / 전봉건(1928-1988,60세) 뼈저린 꿈에서만 / 전봉건(1928-1988,60세) 그리라 하면 그리겠습니다. 개울물에 어리는 풀포기 하나 개울 속에 빛나는 돌멩이 하나 그렇습니다 고향의 것이라면 무엇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지금도 똑똑하게 틀리는 일 없이 얼마든지 그리겠습니다. 말을 하라면 말을 하겠습니다. 우물가에 늘어선 미루나무는 여섯 그루 우물 속에 노니는 큰 붕어도 여섯 마리 그렇습니다 고향이 일이라면 무엇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지금도 똑똑하게 틀리는 일 없이 얼마든지 말하겠습니다. 마당 끝 홰나무 아래로 삶은 강냉이 한 바가지 드시고 나를 찾으시던 어머님의 모습. 가만히 옮기시던 그 발걸음 하나하나 조용히 웃으시던 그 얼굴의 빛 무늬 하나하나 나는 지금도 말하고 그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한 가지만은 .. 2024. 6. 25. 날마다 기적 / 고정애 3초 2초 1초 곧장 레이스로 나아간다 총 길이 약9만 킬로미터 달까지 거리의 4분의 1 거리를 1분에 세 번, 서로가 뒤질세라 굽이굽이 빈틈없이 내달리는 핏줄 속 피톨이다 살고 있는 한 하루 4320회, 연 157만 6800회 우주여행 순환선을 끊임없이 빙글빙글 돌아야 하는 붉은피톨 흰피톨 날마다 기적이다 2021. 4. 27. 청정상회 / 권현수 청솔골 공기를 파는 가게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물어물어 찾아갔다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서 태백산 깊은 골에서 퍼왔다는 싱싱한 공기를 한 자루 가득 샀다 자갈돌 사이로 돌아드는 계곡물 소리랑 상큼한 솔향으로 양념하고 거칠것없이 산등성이를 타고 흐르던 바람으로 간을 하였으니 그 맛이 어떠하겠느냐고 주인어른 자랑이 대단하다 성급한 마음에 얼른 한 모금 맛을 본다 단전 깊숙이 들여 마셔보니 코끝에 맺혀 있던 매연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귀지로 모여 있던 소음들이 하나 둘 보따리를 싸드니 과연 그 맛이 그만이다 내친 김에 욕심을 내어본다 폐 속 깊이 모여 있는 묵은 먼지랑 취장 속에 담석으로 박혀있는 화 덩어리 전두엽에 두통으로 붙어있는 쌓인 業까지 말끔히 지워줄 센바람 같은 것은 없느냐고 물어본다 주인 양반.. 2021. 4. 16. 달마법 Dharma 法 / 권현수 법法이란 것이 그런 거 아니겄나 해 뜨모 일 하고 해 지모 자고 빨간 불이모 서고 파란 불이모 가고 그라고 내 하나 묵고 니 하나 주고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것잉께. 2021. 4. 16. 이전 1 2 3 4 ··· 7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