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시27 아버지의 눈물 / 이채 아버지의 눈물 / 이채 남자로 태어나 한평생 멋지게 살고 싶었다.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며떳떳하게 정의롭게사나이답게 보란 듯이 살고 싶었다.남자보다 강한 것이 아버지라 했던가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살이더라오늘이 어제와 같을지라도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희망으로하루를 걸어온 길 끝에서피곤한 밤손님을 비추는 달빛 아래쓴 소주잔를 기울이면소주보다 더 쓴 것이 인생살이더라변변한 옷 한 벌 없어도번듯한 집 한 채 없어도내 몸 같은 아내와금쪽같은 자식을 위해이 한 몸 던질 각오로 살아온 세월애당초 사치스런 자존심은 버린지 오래구나하늘을 보면 생각이 많고땅을 보면 마음이.. 2024. 6. 25. 운수좋은날 /오탁번 운수좋은날 / 오탁번 노약자석엔빈자리가없어그냥자리에앉았다깨다졸다하며을지로3가까지갔다눈을뜨고보니내앞에배꼽티를입은배젊은아가씨가서있었다하트에화살꽂힌피어싱을한꼭옛이응ㆁ같은도토리빛배꼽이내코앞에서메롱메롱늙은나를놀리듯멍게새끼마냥옴쭉거렸다전동차흔들림에맞춰가쁜숨을쉬는아가씨의배꼽을보면서나는문득생각에잠겼다그옛날길을가다가아가씨를먼빛으로보기만해도왼손을바지주머니에넣고들끓는야수를눌러야했던내청춘이도렷이떠올랐다공짜로지하철을타고맨입으로회춘回春을한오늘은참말,운수좋은날! 2024. 6. 22.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갈대숲의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2024. 6. 18. 어떤 결심 / 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몸이 많이 아플 때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고마운 것만 기억하고사랑한 일만 떠올리며어떤 경우에도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고요히 나 자신만들여다보기로 했다내게 주어진 하루만이전 생애라고 생각하니저만치서 행복이웃으며 걸어왔다 2024. 6. 18.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