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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60

요양원의 어머니 요양원의 어머니 아니! 내 아들머리가 백발이 되어버렸다니 속이상하는구나! 네 어머니 어머니가 제 머리염색을 항상 해 주셨잖아요 그런데 어머니가 여기에 누워계시니 염색해줄 사람이 없어서 이래요 순간 당황한 마음으로 둘러대 보았다 어미야 집에 가거든 애비 머리염색부터 바로 해 주거라 네 신랑이 저렇게 늙어보여서 쓰겠냐? 어머니에게 흰머리를 보이지 않으려고 염색을 해왔었는데 구순의 어머니가 치매로 딴 세상 사람들과 웃고 싸우며 지내는 동안 자식들도 몰라보시기에 머리염색을 멈추었더니 그 사이 백발로 변해버린 아들모습을 보게 된 어머니 정신이 지난날로 되돌아간 것이다. 2013. 문학과창작. 여름호 2023. 6. 21.
매미소리 매미소리 시끄럽다 짜증내지마라 그대도 한 때 누군가를 간절히 부르며 울지 않았던가 2023. 문학과창작. 여름호 2023. 6. 21.
갯뻘낙지 잡는 방법 갯뻘낙지 잡는 방법 낙지 숨구멍을 찾는 게야, 꼭 화산분화구 닮았어, 갯뻘 속에서 낙지가 파도를 뱉어낸 흔적인 게야, 바로 분화구로 뛰어들면 낙지잡이는 끝장나고 말아, 두발로 천천히 주위를 밟아가며 낙지가 다니던 길목을 차단하는 게야, 그리고 손가락에 힘을 주어 갯뻘을 파내기 시작하지, 천천히 갯뻘을 파가다보면 물이 고여 있는 곳이 나와, 그게 낙지가 쉬던 낙지네 집 거실인 게야, 거기서 낙지는 칠게 잡는 방법을 연구하지, 물론 나처럼 세끼 키우는 것도 고민했을 게야, 참, 이야기가 헛나갔어, 그 거실까지 골목을 더듬는 동안 낙지는 골목 깊숙이 숨어버린 게야, 실망할 필요는 없어, 이젠, 거실 넓이만큼 갯뻘을 떠가지고 입구를 ‘꽉’ 막아버리는 게야, 그때 갈매기소리까지 함께 넣어주면 더욱 좋겠지, 낙지는.. 2021. 1. 10.
『문학과 창작』이 조명하는 박흥순 신작 소시집 전남 신안 안좌 출생 명지전문대학문예창과 졸업 서울디지털대학교문예창과, 사회복지학과 졸업 중앙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2011년 월간『시문학』신인우수작품상 수상 시집 『내 트렁크에는 무엇이 들어있나』 blog.daum.net/asd123777 E-mail-phs172@hanmail.net 박흥순 시인의 신작 소시집 산두, 그 고샅길, 외 4편 산두, 그 고샅길 고샅길하면 성문이네 집 굴뚝에서 저녁연기가 스몰스몰 오를 것 만 같은 그리고 고샅길하면 금방이라도 성두네집 누렁이가 꼬리를 스르렁스르렁 흔들며 달려 나올 것만 같은 그때 고샅길은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다 태일네 돛단배에서 감자서리를 하던 귀뚜라미 신바람나게 기타를 켜는 달밤이면 그, 흐드러진 달빛아래 청무우 사각사각 깎아먹던 킥킥 거리던 송.. 2020.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