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시60 요양원의 아이 요양원의 아이 아름다운병원 민들레병동404호실에 치매에 걸린 그녀가 있다 침대위에 환자복을 입고앉아 민들레꽃처럼 웃는다 내가 그녀의 손을 꼬옥 잡아보자 그녀의 손은 내 손보다 더 따뜻하다 “내가 누군 줄 알아?, 누구시요?” “오늘은 친구들이 많이 놀러 와서 기분이 참 좋다” 주름진 그녀 얼굴에 노란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녀는 서랍에서 홍시하나를 꺼내 내게 내민다. “맛있어, 먹어봐” 나는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를 떠 올려본다 반지하방에는 화장지가 가득 했었다 약장수들을 찾아다니며 모아놓은 그녀의 제산이었다. “내가 무서운 꼴을 너무 많이 보아서,” 그녀가 갑자기 온몸을 진저리 친다. “무서워, 무서워” 웃음꽃 피던 표정은 어디로 가고 온몸을 움츠리며 떨고 있다. 영화배우보다 잘생겼다고 동네 사람들이.. 2020. 8. 4. (시집)강촌역에서 소처럼 웃는다 강촌역에서 소처럼 웃는다 / 박흥순 기차에서 내리자 강촌역사 기둥 하나에 “나는 미친년” 이라는 글씨가 있다. 그렇지, 북한강변의 추억을 더듬어 왔거나 소쩍새 소리를 잡으러 왔거나 구곡폭포를 만나러 왔거나 기차를 타고 굽이굽이 달려오면서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먼 하늘 구름 한 점 바라보면서 강물처럼 흐르는 물이 되었으리라 삶의 여정에 길을 잘못 들을 수도 있는 것을 그렇지! 길이란 수 만 갈래 인 것을 그래, “나도 미친놈이다”라고 내 삶의 기둥에 확실하게 써두고 슬금슬금 떠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나는 강촌역에서 소처럼 웃는다. 2020. 8. 4. 요력도 마늘 요력도* 마늘 북풍의 갯바람 속에 자란 나는 몸매가 울퉁불퉁하고 성질까지 고약해서 대부분의 여자들은 나를 보면 질색을 한다 보통의 사내들도 내 고약함에 미간을 씰룩거리지만 날 좋아하는 사내들은, 옷을 벗고 난 탱글탱글하고 매끄러운 내 몸매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며 군침을 흘리기 시작한다. 내 몸속에 그들이 원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함부로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 나를 가볍게 다루었다간 입안에서 ‘확’ 불이 붙게 되고 내 독특한 냄새는, 그들이 날 사랑하기를 망설이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비록 성질이 독하고 고약하기는 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내 통통한 몸이 부서지고 으깨져도 기꺼이 그들을 위해 내 목숨을 내 놓는다 때로는, 지글지글 끓는 기름통.. 2020. 8. 4. 늪 늪 숲속을 걷고있었다 거기, 연못이 있었고 물꽃들이 손짓을 했다 꽃들을 꺾어들기 시작했다 손에든 꽃들이 속삭였다 한 아름의 꽃다발을 만드세요 나는 중얼거렸다 그래, 언덕위에 파랑의 집을 지을거야 그 집에 그들을 초대해 넓고 환한 길을 그릴 수 있도록 할 거야 마음과 손놀림은 .. 2020. 4. 16. 이전 1 2 3 4 5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