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력도* 마늘
북풍의 갯바람 속에 자란 나는
몸매가 울퉁불퉁하고 성질까지 고약해서
대부분의 여자들은 나를 보면 질색을 한다
보통의 사내들도 내 고약함에 미간을 씰룩거리지만
날 좋아하는 사내들은, 옷을 벗고 난
탱글탱글하고 매끄러운 내 몸매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며 군침을 흘리기 시작한다.
내 몸속에 그들이 원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함부로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
나를 가볍게 다루었다간 입안에서 ‘확’ 불이 붙게 되고
내 독특한 냄새는, 그들이
날 사랑하기를 망설이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비록 성질이 독하고 고약하기는 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내 통통한 몸이 부서지고 으깨져도
기꺼이 그들을 위해 내 목숨을 내 놓는다
때로는, 지글지글 끓는 기름통 속에서
뜨거운 불판위에서
노릇노릇 내 몸 태워가며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따뜻한 최후를 맞는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그 사람과 한 몸이 되어버린다.
요력도* 전남신안군 안좌면 산두리에 속하는 섬,
바위의 질이 강하여 力島라 하였으나 후에 요력도로 개칭하였으며, 250년전 김씨가 처음으로 입도하여 살았다고 전해진다.
한국문인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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