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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

(시집)강촌역에서 소처럼 웃는다

by 바닷가소나무 2020. 8. 4.

 

강촌역에서 소처럼 웃는다 / 박흥순

 

 

기차에서 내리자

강촌역사 기둥 하나에

“나는 미친년” 이라는 글씨가 있다.

 

그렇지, 북한강변의 추억을 더듬어 왔거나

소쩍새 소리를 잡으러 왔거나

구곡폭포를 만나러 왔거나

 

기차를 타고 굽이굽이 달려오면서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먼 하늘 구름 한 점 바라보면서

강물처럼 흐르는 물이 되었으리라

 

삶의 여정에 길을 잘못 들을 수도 있는 것을

그렇지! 길이란 수 만 갈래 인 것을

 

그래, “나도 미친놈이다”라고

내 삶의 기둥에 확실하게 써두고

슬금슬금 떠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나는 강촌역에서 소처럼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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