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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

요양원의 아이

by 바닷가소나무 2020. 8. 4.

 

 

 

 

요양원의 아이

 

 

 

아름다운병원 민들레병동404호실에 치매에 걸린 그녀가 있다

침대위에 환자복을 입고앉아 민들레꽃처럼 웃는다

내가 그녀의 손을 꼬옥 잡아보자 그녀의 손은 내 손보다 더 따뜻하다

“내가 누군 줄 알아?, 누구시요?”

“오늘은 친구들이 많이 놀러 와서 기분이 참 좋다”

주름진 그녀 얼굴에 노란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녀는 서랍에서 홍시하나를 꺼내 내게 내민다.

“맛있어, 먹어봐”

나는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를 떠 올려본다

반지하방에는 화장지가 가득 했었다

약장수들을 찾아다니며 모아놓은 그녀의 제산이었다.

“내가 무서운 꼴을 너무 많이 보아서,” 그녀가 갑자기 온몸을 진저리 친다.

“무서워, 무서워” 웃음꽃 피던 표정은 어디로 가고 온몸을 움츠리며 떨고 있다.

영화배우보다 잘생겼다고 동네 사람들이 부러워하던 아들

서른도 넘기지 못하고 먼저 보내야 했던 슬픔,

말없이 일만하다 먼 산 바라보며 한숨 짖던 모습,

언덕배기 끌고 오르던 삶의 수레를 놓아버린 그녀가

밥 달라고, 신나게 놀아달라고,

무섭다고 보체는 철모르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저승꽃핀 그녀가 내손을 꼭 붙잡고 묻는다

“ 우리엄마 언제와?”

눈물 흘리며 엄마 찾던 어린 나를 안아주었던 그녀,

오늘은 내가 그녀를 꼬옥 안아본다.

 

 

월간시문학 2011년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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