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역에서 소처럼 웃는다 / 박흥순
기차에서 내리자
강촌역사 기둥 하나에
“나는 미친년” 이라는 글씨가 있다.
그렇지, 북한강변의 추억을 더듬어 왔거나
소쩍새 소리를 잡으러 왔거나
구곡폭포를 만나러 왔거나
기차를 타고 굽이굽이 달려오면서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먼 하늘 구름 한 점 바라보면서
강물처럼 흐르는 물이 되었으리라
삶의 여정에 길을 잘못 들을 수도 있는 것을
그렇지! 길이란 수 만 갈래 인 것을
그래, “나도 미친놈이다”라고
내 삶의 기둥에 확실하게 써두고
슬금슬금 떠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나는 강촌역에서 소처럼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