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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60

갓섬* 풍경 갓섬* 풍경 갓 섬 처녀바위에 빨간 모자 쓴 남자가 낚싯대를 드리고 있다 뱃고동 소리 달려오는 쪽 향해 고개를 돌린다 여객선이 깃발을 나부끼며 다가오고 있다 파도가 달려와 갓 섬 바위에 부딪힌다 포말이 무지개를 그려 놓는다 두 마리 물총새가 숲으로 날아간다 출렁이는 바닷물에 빨간 찌가 출렁인다. 여객선 뱃전의 한 여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낚시꾼이 투박한 손짓으로 등대를 가리키고 있다 부서저도 부서져도 지치지 않는 파도가 또 달려온다 여객선 뱃전의 여자와 아이가 함께 손을 흔든다 여객선 향해 남자가 빨간 모자를 흔들고 있다 뱃고동 소리가 멀어져가는 갓 섬 바닷가 고려선박 뻘 속에 묻혀있던 갓 섬 하늘 푸르기만 하다. * 신안, 안좌, 등대가 있고 고대선박이 발견된 섬 2012. 2. 7.
내가 부르는 노래 / 박흥순 내가 부르는 노래 지금도 내 가슴이 이렇게 아리는 것은, 노을 속으로 멀어져가던 당신 모습이 내 심장에 지문처럼 새겨져 버렸기 때문이다. 서리 내리고 감나무 잎 떨어지듯 당신에게서는 언제나 스산한 바람이 일곤 했었지, 아리기만 한 내 가슴에 당신은 웃으며 가시선인장이나 내밀어주었어, 봄 들녘이 그리운 나는, 볼 수 없는, 만질 수도 없는, 꽃을 가슴에 안고, 아지랑이 가물거리는 들판에서 당신의 향기를 찾아 떠돌았었지, 길 없는 산속에서 헤매기도 했었지만 그 어디에도 그대향기는 찾을 수 없었다. 구겨진 종잇장 같은 세월을 밟고 지나온 당신과 나의 사랑이, 흘러가는 구름이었거나 굽이쳐가는 강물이었다면, 나는 이렇게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여름 내내 은밀한 그림자만 물위에 출렁이다 소슬바람 불면 뼈대만 앙상하.. 2012. 1. 27.
나, 떠나가야 하기에 나, 떠나가야 하기에 노란 봄배추 꽃에게 말하지 않겠네 청초함 사랑 했노라고 설 킨 생 살아가는 당쟁이 에게도 말하지 않겠네 끈질긴 생명력 사랑 했노라고 하늘미나리 에게도 말하지 않겠네 물 갈망하던 그대 사랑했노라고 늙어 휘어진 감나무에게 말하지 않겠네 그대 참으로 사랑 했었노라고 구름 머물던 향나무 에게도 말하지 않겠네 은은한 그대에게 사랑보냈노라고 늘 푸르던 소나무 에게도 말하지 않겟네 변치 않은그대 사랑 했노라고 먼동 물고오던 새들에게도 말하지 못하겠네 아침노래 진정 사랑 했노라고 그대들 거기 그대로 있기에 떠나가는 나는, 눈시울만 촉촉이 적시네. 2011. 12. 23.
애비 애비 첫서리 내리면 감잎 떨어져 뒹구는 허허로운 그 자리 아들 두 놈 붙잡아 늙은 감나무 아래 세워두고 노을 등에 업은 애비, 휘어진 감나무에 올라 손안에 가득 찬 감꼭지 뒤틀 때면 감나무 아래 아들들도 몸이 뒤틀렸지요. 연초록 이파리, 뙤약볕, 비바람, 찬 서리 맞이하고 휘어진 가지에 매달린 주렁주렁 열린 보람 자랑 하지 않은 늙은 감나무의 한 해를 소쿠리에 하나, 둘 담아가는 것이 애비의 추억 만들기 인 것을 아들놈들은 눈치체지 못한 채 말입니다. 할머니와 엄마가 담아준 감 접시 들고 옆집 문 두드릴 때 아들들의 짜증은 절정을 이루고 있었지요. 그럴 때면 해마다 변하지 않은 애비의 한결같은 한마디 이놈들아! 아빠하고 감 따며 까치밥 남겨주는 일은 오래할 수 없단다. 2011.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