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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60

매화꽃을 보면서 매화꽃을 보면서 너를 보니 신이 났구나 봄, 봄이 상기된 얼굴로 나비를 기다리는 구나 그래 그런 삶도 있는 게지 잔설 헤치고 찾아온 너 연두 빛이거나 진분홍치마 입거나 연분홍 미소 살짝 지으면서 그래, 그렇게 눈도 흘겨가면서 그사이 달아난 얄미운 사랑이거나 봄맞이 한 철 아지랑.. 2013. 2. 20.
소낙비 / 박흥순 소낙비 / 박흥순 느닷없이 말벌떼 기습공격이 시작되었다. 삼백년 넘게 산다는 푸른 팽나무 잎에 누워 발가락 꼼지락거리며 낮잠 자던 햇살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어버렸고 팽나무그늘아래 장기 두던 할아버지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아나기 시작한다. 말벌떼 기습공격에 장기판은 순식간에 패잔병들이 뒹구는 난장판이 되어버렸고 달아나는 김씨 할아버지 손에 들린 태극부채는 벌떼 공격을 막는 방어벽으로 할아버지 머리위에 걸터앉아 흔들리기 시작한다. 삼백년 넘게 산다는 팽나무는 이백구십구년 동안 푸른 날갯짓 멈추지 않고 있는데 말벌떼 쏜살같이 팽나무우듬지부터 접수하며 촉촉이 적셔 내리고 있다. 매미들 박수소리 시끄럽던 팽나무 순식간에 그 소리도 멈추었고 말벌떼 공격소리만 콩 볶듯 요란한 오후, 결코, 말벌떼 공격은 오래가지.. 2012. 9. 30.
빨래판 / 박흥순 빨래판 / 박흥순 창고정리를 하다 낡은 빨래판하나를 보았다 제 몸 골골이 낡아져 가며 땟국물 흘려보냈던 그 시간의 자욱들을 창고 속 어둠이 적막이 꼬옥 안고 있었다 눈이 내리던 그 밤 속옷 갈아입던 어머니를 보았다 골골의 어머니 늑골에서 우리 삼남매 울고 웃으며 떠들던 소리들이 땟국으로 흐르던 소리가 보였다 그 밤, 밤이 새도록 눈이 내렸다 2012. 9. 22.
오늘밤 장인어른 詩 읊으시고 말 것이다 오늘밤 장인어른 詩 읊으시고 말 것이다 / 박흥순 들고 다니는 작고검은 손가방 안에 보물처럼 시집이 들어있는데 지하철역에서 꽈배기 하나를 사 넣었다. 문득! 마누라 얼굴이 떠오르고 생전에 보지도 못했던 장인 생각이 났던 것이다. 마누라가 삐딱하면 "장인어른이 꽈배기 장사 하셨다며" 헛소리 배부르게 하던 내가 눈 녹아 질퍽한 名退거리 헤매다 맨몸으로 좌판에 누워있던 배배꼬인 꽈배기가 ‘꼭’ 나 같아서 시집을 신주단지 모시듯 한 그 가방에 꽈배기가 된 나를 집어넣으며 괜스리 장인까지 함께 넣었다. 아마도, 장인어른 오늘밤 저, 먼 곳에서 싫어도 시인이 되고 말 것이다. 좁디좁은 가방 안에서 꽈배기가 되어있는 작은사위 보듬고 “꽈배기는 시인이다.” 라고 작은딸 생각하시며 큰소리로 詩 읊으시고 말 것이다. 2012.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