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 / 박흥순
느닷없이 말벌떼 기습공격이 시작되었다.
삼백년 넘게 산다는 푸른 팽나무 잎에 누워 발가락 꼼지락거리며 낮잠 자던 햇살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어버렸고 팽나무그늘아래 장기 두던 할아버지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아나기 시작한다. 말벌떼 기습공격에 장기판은 순식간에 패잔병들이 뒹구는 난장판이 되어버렸고 달아나는 김씨 할아버지 손에 들린 태극부채는 벌떼 공격을 막는 방어벽으로 할아버지 머리위에 걸터앉아 흔들리기 시작한다. 삼백년 넘게 산다는 팽나무는 이백구십구년 동안 푸른 날갯짓 멈추지 않고 있는데 말벌떼 쏜살같이 팽나무우듬지부터 접수하며 촉촉이 적셔 내리고 있다. 매미들 박수소리 시끄럽던 팽나무 순식간에 그 소리도 멈추었고 말벌떼 공격소리만 콩 볶듯 요란한 오후,
결코, 말벌떼 공격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팽나무는 날갯짓하며 푸르게 웃고 있다.
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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