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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

오늘밤 장인어른 詩 읊으시고 말 것이다

by 바닷가소나무 2012. 9. 20.

 

 

오늘밤 장인어른 詩 읊으시고 말 것이다 / 박흥순

 

 

 

들고 다니는 작고검은 손가방 안에

보물처럼 시집이 들어있는데

지하철역에서

꽈배기 하나를 사 넣었다.

문득! 마누라 얼굴이 떠오르고

생전에 보지도 못했던

장인 생각이 났던 것이다.

마누라가 삐딱하면

"장인어른이 꽈배기 장사 하셨다며"

헛소리 배부르게 하던 내가

눈 녹아 질퍽한 名退거리 헤매다

맨몸으로 좌판에 누워있던

배배꼬인 꽈배기가 ‘꼭’ 나 같아서

시집을 신주단지 모시듯 한

그 가방에 꽈배기가 된 나를 집어넣으며

괜스리 장인까지 함께 넣었다.

아마도, 장인어른 오늘밤

저, 먼 곳에서

싫어도 시인이 되고 말 것이다.

좁디좁은 가방 안에서

꽈배기가 되어있는 작은사위 보듬고

“꽈배기는 시인이다.” 라고

작은딸 생각하시며

큰소리로 詩 읊으시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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