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은날은 / 박흥순
-안개낀날_
웨메! 안개가 끼어 부렀어야! 이런 날은 글씨, 그 무시냐
거그가 남한강이디냐 북한강이디냐, 그래 두 물머리라고,
운해가 자욱한 강가세서, 황포돛단배를 봐야 한당께,
긍께, 이런 날은 말이여!
흐건 가루가 대야부러가꼬 물고기 목구멍으로 뽀꿈뽀꿈 넘어가분
그 가시나, 그래 그 잡년이 너무너무 보고 잡아서
나는 고삐 풀린 망아지맹키로 빨리 뛰어가야 한당께
그랑께, 그것이 꼭 소설 같은 이야기여!
그 잡년이 말이여 안개꽃을 무지무지 좋아 했는디
수물하나에 모쓸빙이 들어갔고
자꾸만 두물머리 세물머리 햇싼께
날잡아가꼬 링게를 꼽고 안갔것어
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긍께, 천지분간을 못하게 안개가 심통을 부리고 자빠졌드라고
워메, 그때 참말이지 환장 하것드라고 내가
눈깔 빠지게 사방을 둘러 봤는디
안갯속에서 황포돗단배가 구신처럼 서있는 거야
나는 으째 으스스 해부렀당께
그란디 그 잡년은
안개꽃이 황포돛단배를 감싸고 있어서
너무너무 시詩쩍이라나
눈빛이 꼭 아편 먹은 사람 같드랑께 글씨
그 가시나 따뜻한 손잡아 준 것이 그날이 마지막이 디야부렀어!
난말여! 안개가 꼬라지 부리는 날이믄
두 물머리에 가서 황포돛단배를 보고 와야 한당께
아니, 너무너무 시詩쩍이라던 그 가시나를 만나고 와야 한당께.
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