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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60

호박꽃 / 박흥순 호박꽃 나는 황금빛 웃음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벌들이 내 품에서 뒹구는 것을 보았는가 온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지 않았던가 당신! 침을 가진, 독을가진 그 누군가를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봄 햇살처럼 품어 준 적이 있었던가 나는, 당신이 뭐라고 하든 한 생을 황금빛으로 웃다가 .. 2014. 12. 13.
자산어보 홍어편 자산어보 홍어편 / 박흥순 느그들 아냐 입맛 다시며 환장하게 좋아하는 나의 출생지가 어디 콧구멍에 붙었는지 파도가 말이여 시퍼렇게 흰 거품을 물고 늘어지는 곳 그랑께, 갈매기가 똥을 싸갈겨도 파도가 금시 꿀꺽해 불고 눈 깜빡 해 부리는 그런 곳이여 긍께, 나는 그 바다 속에선 완.. 2014. 9. 26.
한낮의 짱뚱어 한낮의 짱뚱어 / 박흥순 나는 지금 갯뻘에서 머드팩 중이야, 구릿빛의 날씬하고 매끄러운 몸매 드러내놓고 한낮의 햇살을 만끽하는 중이지, 나는 말이야, 등줄기에 말갈기 같은 지느러미가 있고 머리통위에는 서치라이트 같은 두 눈이 툭 불거져 나와 있어, 글쎄, 나는 물고기면서 날고 .. 2014. 8. 28.
헛가게 할머니 헛가게 할머니 / 박흥순 이수역 지하환승역 모퉁이 겹겹의 주름을 깍아내는 할머니 손끝에서 흰 속살 내보이며 알몸이 되어가는 저, 저 남루의 가계家系 맨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시간을 깎는 지하 이수 환승역 더덕할머니 당신이 벗겨가는 더덕처럼 속살 희디 흰 세월도 산골 더덕처럼 푸른향 발하던 때도 분명 있었으리라 환승역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은데 할머니 깍아내는 주름투성이 가계 모습이 생生의 진한향이 되어 찬바람 부는 지하 환승통로에 그득하다. 문학과창작 2013년 겨울호 2014.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