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짱뚱어 / 박흥순
나는 지금 갯뻘에서 머드팩 중이야, 구릿빛의 날씬하고 매끄러운 몸매 드러내놓고 한낮의 햇살을 만끽하는 중이지, 나는 말이야, 등줄기에 말갈기 같은 지느러미가 있고 머리통위에는 서치라이트 같은 두 눈이 툭 불거져 나와 있어, 글쎄, 나는 물고기면서 날고 싶을 때가 있거든, 그때는 등줄기의 지느러미를 냅다 퍼덕거리며 용을 쓰지 그러면 말이야, 내 몸뚱이가 허공으로 날아올라, 허공에서 바라보는 뻘밭이 어떤 줄 알아 당신
당신은 어땠어, 뻘같은 세상에서 한번 날아보기나 했어
그런데 말이야, 나는 지금 낚시꾼이 잡아채는 멍텅구리 낚시 바늘에 옆구리가 찔려서 끌려가는 중이야. 사실 난 말이지, 뻘밭을 벗어나고 싶어서 날았던 게야, 또 다른 세상이 궁금하고 그리웠던 게지, 그래서 생각했어, 높이 날아보면, 멀리 날아보면, 그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멀리, 높이 나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었어, 나의 결정적 실수는 툭 불거져 나온 서치라이트 같은 내 두 눈으로 사방을 주위 깊게 살펴보지 않았던 게야, 당신 말 좀 해봐,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게지
2014년 9월 월간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