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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

헛가게 할머니

by 바닷가소나무 2014. 7. 27.

 

헛가게 할머니 / 박흥순

 

 

이수역 지하환승역 모퉁이

겹겹의 주름을 깍아내는 할머니 손끝에서

흰 속살 내보이며 알몸이 되어가는

 

,

남루의 가계家系

 

맨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시간을 깎는

지하 이수 환승역 더덕할머니

 

당신이 벗겨가는 더덕처럼 속살 희디 흰 세월도

산골 더덕처럼 푸른향 발하던 때도 분명 있었으리라

 

환승역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은데

할머니 깍아내는 주름투성이 가계 모습이

 

의 진한향이 되어

찬바람 부는 지하 환승통로에 그득하다.

 

 

문학과창작  201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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