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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

장다리꽃 / 박흥순

by 바닷가소나무 2013. 12. 12.

장다리꽃 / 박흥순

 

 

불볕의 이맘때가 되면

죽교동 언덕배기

버섯 닮은 집

그 문간방 생각이 난다

삼십대 엄마는

양은그릇장사 집을 떠나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외로운 섬이 되어 떠돌고

머리에 산더미 같은 양은그릇을 이고

땀 흐르는 등짝에는 삼남매 눈빛을,

당신의 아픔을 지고 돌 때

 

옥수수죽 먹기 싫다고

울며 보채며

엄마 찾는 누이들 달래는

나는 까까머리

 

땡볕은 탱탱해 터질듯 하기만한데

개구락지참외

무화가 몇 개

시콤세콤 물외국 앞에 두고

엄마 바라보며

파란 웃음 방안 가득 쏟아내던

지금도 불볕더위에는

죽교동 언덕배기 그때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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