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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60

오늘같은날은 오늘같은날은 / 박흥순 -안개낀날_ 웨메! 안개가 끼어 부렀어야! 이런 날은 글씨, 그 무시냐 거그가 남한강이디냐 북한강이디냐, 그래 두 물머리라고, 운해가 자욱한 강가세서, 황포돛단배를 봐야 한당께, 긍께, 이런 날은 말이여! 흐건 가루가 대야부러가꼬 물고기 목구멍으로 뽀꿈뽀꿈 넘어가분 그 가시나, 그래 그 잡년이 너무너무 보고 잡아서 나는 고삐 풀린 망아지맹키로 빨리 뛰어가야 한당께 그랑께, 그것이 꼭 소설 같은 이야기여! 그 잡년이 말이여 안개꽃을 무지무지 좋아 했는디 수물하나에 모쓸빙이 들어갔고 자꾸만 두물머리 세물머리 햇싼께 날잡아가꼬 링게를 꼽고 안갔것어 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긍께, 천지분간을 못하게 안개가 심통을 부리고 자빠졌드라고 워메, 그때 참말이지 환장 하것드라고 내가 눈깔 빠지게.. 2012. 5. 9.
장대높이뛰기 장대높이뛰기 스타트라인 없는 출발점 총성 없고 환호성도 없는 번뜩이는 눈빛만 가득한 벌판 호흡을 가다듬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니, 굳게 잡은 장대 끝을 노려본다. 떨린다. 장대를 붙잡은 두 손에 힘을 주고 비상을 위한 심호흡, 흔들리는 장대 끝 높이 쳐들고 바람 가르며 용수철처럼 튀어 나간다. 높은 허들을 향해! 창공을 향해! 사선으로 달려간 장대 끝 땅바닥에 내리 꼽고 활처럼 휘어진 장대 따라 긴장된 포물선 그리며 움츠러든 육신 허공으로 솟구쳐 오른다. 더 높은 곳을 향한 투혼의 날개 짓 한 마리 새가되어 허공에서 퍼덕인다. 시와산문 / 2012년 봄호 2012. 4. 27.
신안양파 신안양파 그녀가 입고 있는 붉은 원피스를 천천히 벗겨 내린다. 투명한 속옷으로 감싸인 그녀 몸매는 둥글고 윤기 절절 흐르는데 탱탱한 피부감촉 느끼며 그녀를 천천히 벗기기 시작한다. 한 겹, 두 겹...... 칼바람 속 지나온 그녀 몸과 마음 어루만지며 천천히 벗겨가는 손길 부끄러움인지 슬픔인지 아픔인지 눈에서는찔끔찔끔 눈물이 나고 맵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눈물 흘리며 그녀 유혹에 빠져드는 것은 톡 쏘는 성질 뒤에 감추고 있는 그녀 푸른 비밀을 내가 알기 때문이다. 2012. 4. 21.
詩가 그리운 날은 詩가 그리운 날은 / 박흥순 빨랫줄에 앵두빛 집개가 물고 있는 양말이 흰 비둘기 같다 밀감빛 집개가 꽉 붙잡고 있는 블라우스는 잘 익은 은행잎 같다 치자빛 집개가 흔들고 있는 치마는 갓 피어난 수국 같다 함초빛 집게와 살랑대는 머플러는 바닷가 해파리 같다 청오이빛 집게와 놀고 있는 스타킹은 물뱀 한 마리 같다 도라지빛 집게가 만지고 있는 모자는 백합 같다 나는, 詩가그리운 날이면 색색의 집개에 비둘기, 은행잎, 수국, 해파리, 물뱀, 백합을 물려 빨랫줄에 걸어놓는다. 2012.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