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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

내가 부르는 노래 / 박흥순

by 바닷가소나무 2012. 1. 27.

 

 

내가 부르는 노래           

 

 

   지금도 내 가슴이 이렇게 아리는 것은, 노을 속으로 멀어져가던 당신 모습이 내 심장에 지문처럼 새겨져 버렸기 때문이다. 서리 내리고 감나무 잎 떨어지듯 당신에게서는 언제나 스산한 바람이 일곤 했었지, 아리기만 한 내 가슴에 당신은 웃으며 가시선인장이나 내밀어주었어, 봄 들녘이 그리운 나는, 볼 수 없는, 만질 수도 없는, 꽃을 가슴에 안고, 아지랑이 가물거리는 들판에서 당신의 향기를 찾아 떠돌았었지, 길 없는 산속에서 헤매기도 했었지만 그 어디에도 그대향기는 찾을 수 없었다. 구겨진 종잇장 같은 세월을 밟고 지나온 당신과 나의 사랑이, 흘러가는 구름이었거나 굽이쳐가는 강물이었다면, 나는 이렇게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여름 내내 은밀한 그림자만 물위에 출렁이다 소슬바람 불면 뼈대만 앙상하게 흔드는 버드나무 같았던 당신이었기에 나는 지금 이렇게 아린 가슴으로 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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