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천암호에서 흔드는 깃발
노을내리는 고천암호 오리들
물을 박차고 솟구쳐 오르기 시작한다.
깃발을 만들지 않았는데도
하늘 한쪽이 검은 깃발로 펄럭이기 시작 한다
작은 날갯짓으로
스크럼 짜고 가며
목청 돋우며
큰 깃발을 만들어 흔들고 있는 것이다
고천암호에 와서 알았다
혼자의 작은 생각들이 모이고 또 모이면
하늘도 뒤덮는 큰 깃발이 될 수 있다는 것
작고 약할수록 함께 가야 한다는 것
깃발은 투우사처럼 흔들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고천암호 가창오리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오르며
검은 깃발이 되어 노을 속에서 펄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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