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난 피라미들
출근시간, 사무실 문이 열리자 피라미들이 모여들었다.
명함을 들고 순서를 기다리는 피라미들의 지느러미가 쳐져있다.
뺑소니차에 치인 남편 병원비 때문에 청소일 다녔다는 수빈이 엄마
14년 동안 폐수처리장에서 근무했다는 경상도 사투리의 홍씨 아저씨
이제는 돈 많은 놈한테 시집이나 가야겠다며 얼굴 붉어진 가영이
인력시장, 직업소개소, 구직사이트를 친구 집 드나들 듯 했었지만
빈 배에 파도소리만 가득 싣고 포구에 닻 내린 어부심정 이거나
삼태백이동네 먼 나라이야기로 생각했던 이태백이동네 사람들이다.
움츠러들고 작아진 그들을 실업자라 부르지만
찬바람 속에서 어두운 하늘의 별빛도 바라보고
여울물에서 물비늘처럼 반짝이던 한때를 자랑스러워하던 그들
흙탕물 말라가는 지금의 웅덩이에서‘결코’입만 뻐끔거리지 않겠다고
회색물결 속으로 지느러미 흔들며 헤엄쳐가는 도시의피라미들
시와산문 2012년 봄호
'발표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71년 봄 (0) | 2012.04.01 |
---|---|
고천암호에서 흔드는 깃발 (0) | 2012.03.08 |
갓섬* 풍경 (0) | 2012.02.07 |
내가 부르는 노래 / 박흥순 (0) | 2012.01.27 |
나, 떠나가야 하기에 (0) | 2011.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