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 우는 귀뚜라미소리
그가 아직 떠나지 않았는데
창문 틈 사이로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온다
창문을 꼭 닫아도
문틈으로 스며드는 귀뚜라미 소리
푸른 산들이 오색치마로 갈아입는다는
숨 가쁜 전언이다
비 내리던 날
흠뻑 젖어 걸어가던 내 모습 같기도 하고
안개 속으로
누군가를 떠나보내던 마음 같기도 한
저 귀뚜라미 울음소리
내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귀뚜라미 울음 속에 박꽃이 피었고
귀뚜라미 울음 속에 할머니가 가셨지
귀뚜라미 울음 속에 그녀가 울었고
귀뚜라미 우는 이 밤에 나는 시를 잡으러 가는데
울고 있는 저 귀뚜라미
한 줌 흙에 심어놓은 나팔꽃나무 아래
슬픔이란 심는 것이 아니라 삭히는 것이라고
귀뜰, 귀뜰, 귀뜨르르......
삼 파장 불빛 속으로 스며드는
저 간절한 울음소리
조용하던 내 피를 끓게 하면서
2017ㅡ 동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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