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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

그믐밤 / 박흥순

by 바닷가소나무 2017. 11. 29.

그믐밤

 

 

 

 

첫닭 울기 전

짙은 어둠속 허공을 휘둘러

한줌 꽉 잡아 뒤 틀은

허무를, 텅 빈 가슴속으로

쑤셔 넣어본다

팅팅한 허무가 팽팽하게 부풀린다.

 

땀 냄새 그득그득

빈주머니 채워갈 때

여명의 길목에서서 한주먹 두 주먹

솟아오른 붉은 해, 덥석덥석 따 담았었지

 

나귀처럼 걷던 길 위에

피어오른 붉은 꽃

차곡차곡 따 담아 뜨겁게 가슴 적시며

바람 속에 묻고 달려온 산허리

어두움내린 밤은 깊어만 가고

아직, 첫닭 울음소리 아득하기만 한데

동녘 밤하늘에

별빛실고 가는 구름 한 점

샛별을 감춘 채 흐르고 있구나!

    



 2017ㅡ 동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