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다리꽃63 장다리꽃 장다리꽃 불볕의 이맘때가 되면 죽교동 언덕배기 버섯 닮은 집 그 문간방 생각이 난다. 삼십대 엄마는 양은그릇장사 집을 떠나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외로운 섬이 되어 떠돌고, 머리에 산더미 같은 양은그릇을 이고, 땀 흐르는 등짝에는 삼남매 눈빛이 흐르고, 당신의 아픔을 이고지고 돌 때…… 옥수수죽 먹기 싫다고 울며 보채며 엄마 찾는 누이들 달래는 나는 까까머리 땡볕은 탱탱해 터질듯 하기만한데 개구락지참외 무화가 몇 개 시콤세콤 물외국 앞에 두고 엄마 바라보며 파란 웃음 방안 가득 쏟아내던 죽교동 언덕배기 그때 생각이 난다 2023. 1. 20. 자산어보 홍어편 느그들 아냐 입맛 다시며 환장하게 좋아하는 나의 출생지가 어디 콧구멍에 붙었는지 파도가 말이여 시퍼렇게 흰 거품을 물고 늘어지는 곳 그랑께, 갈매기가 똥을 싸갈겨도 파도가 금시 꿀꺽해 불고 눈 깜빡 해 부리는 그런 곳이여 긍께, 나는 그 바다 속에선 완전 무용수 였제, 내가 너울너울 춤을 추기시작하면 상쾡이도 한목 거들다 챙피하다고 내빼부럿당께 거시기, 거기가 어디냐문 정약전선상이 자산어보를 긁었다는 곳시제 근데 말이여, 나는 지금 두엄 속에서 숙성의 도를 당신에게 맛 봬줄라고 벌러덩 누워 있어라우 코가 쏴한 코빼기 한 점 아자씨 입속에서 꿀꺽 넘어가게 해 줄 것 잉께 막걸리 한대빡 옆에 놔두고 째끔만 기다려보쑈잉 2021. 1. 30. 섣달 그믐날 밤 풍경 총신대역 14번 출구 앞, 백발의 할머니가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습니다. 땅바닥에 앉아 한 움큼으로 변해버린 주인을 닮아서인지 투명비닐 봉투 속에 떨고 있는 물건들도 한 움큼 한 움큼입니다 백발할머니 맞은편 켄터키할아버지 가게 안은 크리스마스트리 불빛이 지금도 환하고요 옆 가게 대박부동산 사무실은 불이 꺼져 있지만 t 간판에는 힘이 철철 넘쳐흐릅니다. 그 위층 불 꺼진 유리창에는 붉은 글씨로 안경이라 쓰여 있습니다.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한 움큼이 되어 버린 노점상 할머니를 바라보다 저리 붉어져 버렸나 봅니다. 함박눈이 꾸벅꾸벅 내리기 시작합니다. 2021. 1. 9. 詩人의 말 폭풍우속에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있는 것 같아 멈칫멈칫 먼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이 폭풍우가 지나간 후 무지개 피어나는 먼 산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낮이면 새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먼 산, 밤이면 은하수 무수한 별들이 노를 저어 산으로 내려와 우주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푸른 꽃 피우는 먼 산, 그, 먼 산에 머무는 어린왕자가 되는 꿈을 꾸어봅니다. 2020년 가을 다락방에서 박흥순 2021. 1. 6. 이전 1 2 3 4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