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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리꽃63

이상했다 이상 했다 배가 고팠다. 중국집에 혼자 앉아 자장면 한 그릇을 시켰다 단무지 한 접시를 먼저 먹었다 면발은 당연히 게걸스럽게 다 먹었다 자장면 그릇에 남은 춘장까지 남김없이 개가 핥아먹은 것처럼 깨끗하게 다 먹어치웠다 이상했다 왜 먹어야 하는지 왜 자장면 이었는지 왜 춘장까지 다 먹어치웠는지 이상했다 문을 열고 딴 세상으로 걸어 나갔다 봄 햇살이 따사롭게 달려왔다 온몸으로 파고들었다 이상했다 내가누구인 것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개똥벌레가 될 수도 있는 것인지 2020. 9. 11.
종이배와 하모니카 파도 너머 멀리멀리 나아가라 하얀 종이배를 띄웠다. 종이배는 검푸른 물결 속으로 자취를 감췄지 파도 속 어디까지 갔는지, 얼마나 나아갔는지, 그 누가 궁금해나 했겠는가. 파도 너머 수평선 바라보며 하모니카를 불렀다 하모니카 소리는 파도 소리에 묻혀버렸지. 갈매기도 한 마리 없는 바닷가에 홀로 부는 아이의 하모니카 소리를 그 누가 듣기나 했겠는가. 파도에 밀려 다시 돌아와 나는 보았다. 검푸른 파도 속 갸우뚱거리며 가는 파란 종이배를 거친 파도소리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들려오는 저, 푸른 하모니카 소리를. 2020. 9. 11.
별도 뽕도 따지 못한 사람의 기도 별을 봐야 뽕을 따지라 했는지,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라 했는지, 정확한 기억이 생각나지 않지만, 그때 그런 말을 하면서 나를 향해 놀리듯이 웃던 그 사람들에게 그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던 일이, 오늘 깊은 산속에서 밤이 되면 홀로별을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나니, 문득 그때 일이 별처럼 반짝반짝 떠오른다. 푸른 숲속에 땅거미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지금, 그때 그 사람들은 어느 하늘아래서 무슨 별로 빛을 발하고 있는지, 혹여 구름 속에 잠기지나 않았는지, 아니면 유성이 되어 깊은 바다, 어느 사막 한가운데 떨어지지나 않았는지, 모두들 밤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별들로 반짝이기를 기도 해보며 별이 흐르는 밤을 기다린다. 2020.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