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다리꽃63 알바트로스의 노래 피고 지는 꽃을 보고 미소 짓거나 눈물 훔치지 말거라 어제 진 꽃은 먼 나라의 전설이고 내일 피는 꽃은 다른 나라의 꿈이란다 그대에게는 오직 오늘의 햇살이 있을 뿐 웃거나 슬퍼하는 그 사이 그대 검은 머리위에 박꽃 만발할 것이다. 그대 옆에 떨어진 한 잎의 꽃 그 한 잎의 꽃이라도 우직한 손으로 정성들여 받쳐 들고 석양을 노래하며 날아가는 한 마리 알바트로스가 되는 것이다. 2020. 9. 11. 그믐밤 첫닭 울기 전 짙은 어둠속 허공을 휘둘러 한줌 꽉 잡아 뒤 틀은 허무를, 텅 빈 가슴속으로 쑤셔 넣어본다 팅팅한 허무가 팽팽하게 부풀린다. 땀 냄새 그득그득 빈주머니 채워갈 때 여명의 길목에서서 한주먹 두 주먹 솟아오른 붉은 해, 덥석덥석 따 담았었지 나귀처럼 걷던 길 위에 피어오른 붉은 꽃 차곡차곡 따 담아 뜨겁게 가슴 적시며 바람 속에 묻고 달려온 산허리 어두움내린 밤은 깊어만 가고 아직, 첫닭 울음소리 아득하기만 한데 동녘 밤하늘에 별빛실고 가는 구름 한 점 샛별을 감춘 채 흐르고 있구나! 2020. 9. 11. 빛을 가슴에 품는다 낙엽 쌓인 골짜기 동굴 속 어두움과 습한 냉기 춤추는 그곳에 잔뜩 웅크린 그가 땀 흘리며 칼을 갈고 있다 쓱 쓱 스르륵 스르륵 냉기의 늪에서 창백한 불덩이를 가슴에 안고 송곳 같은 신음을 토해내고 있다 눈빛은 이글거리고 가슴에 땀방울이 송송 맺혀있다 비바람 불던 산골짜기 펄펄뛰던 물고기처럼 살아 움직이던 어두움 구름 가르고 한 줄기 섬광 동굴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니 흔들림도 신음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뚫리는 가 했더니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갈던 칼! 허리춤에 꼽는다. 이제, 칼날을 시퍼렇게 갈 필요가 없어졌다 어둠은 칼로 베는 것이 아니라 빛으로 부수는 것이니 저, 살아있는 한 줄기 번쩍이는 빛을 가슴에 품고 한 덩이 두 덩이 …… 뜨거운 불덩이를 토해 내려고 천천히 그가 일어선다 2020. 9. 11. 늪 늪 숲속을 걷고 있었다. 거기, 연못이 있었고 물꽃들이 손짓을 했다 꽃들을 꺾어들기 시작했다 손에든 꽃들이 속삭였다 한 아름의 꽃다발을 만드세요. 나는 중얼거렸다 그래, 언덕위에 파랑의 집을 지을 거야 그 집에 그들을 초대해 넓고 환한 길을 그릴 수 있도록 할 거야 마음과 손놀림은 꽃바람이 일었다 어느 지점부터 가슴에 통증이 일었다 그리고 들고 있는 것은 꽃다발이 아니었다. 한 아름의 바람과 구름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때서야 알았다 내 가슴까지 물이 차올랐다는 것을. 2020. 9. 11. 이전 1 ··· 11 12 13 14 15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