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다리꽃

빛을 가슴에 품는다

by 바닷가소나무 2020. 9. 11.

낙엽 쌓인 골짜기 동굴 속

어두움과 습한 냉기 춤추는 그곳에

잔뜩 웅크린 그가

땀 흘리며 칼을 갈고 있다

쓱 쓱 스르륵 스르륵

냉기의 늪에서

창백한 불덩이를 가슴에 안고

송곳 같은 신음을 토해내고 있다

눈빛은 이글거리고

가슴에 땀방울이 송송 맺혀있다

비바람 불던 산골짜기

펄펄뛰던 물고기처럼 살아 움직이던 어두움

구름 가르고 한 줄기 섬광 동굴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니

흔들림도 신음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뚫리는 가 했더니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갈던 칼! 허리춤에 꼽는다.

이제, 칼날을 시퍼렇게 갈 필요가 없어졌다

어둠은 칼로 베는 것이 아니라

빛으로 부수는 것이니

, 살아있는 한 줄기 번쩍이는 빛을 가슴에 품고

한 덩이 두 덩이 ……

뜨거운 불덩이를 토해 내려고 천천히 그가 일어선다

'장다리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바트로스의 노래  (0) 2020.09.11
그믐밤  (0) 2020.09.11
늪   (0) 2020.09.11
뭉게구름 디저트  (0) 2020.09.11
어떤 어부  (0) 2020.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