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다리꽃63 무얼 하고 있는가, 순아 별빛 같던 순아 그대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봄의 손짓을,봄의 숨결을 나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봄의 환한 미소가 내게 다가오고 있는데 유채꽃이 필 때마다 개나리꽃이 흔들릴 때마다 들녘의 황소울음소리 아지랑이 속 달려올 때마다 그대는 봄꽃밭으로 숨어 들곤 했는데 그대는 긴 머리 날리며 진달래꽃처럼 붉어지곤 했는데 고삿길로 뱃고동 소리 달려오면 나는 뒷산에 올라 별빛 생각하며 하모니카 소리 따라 저, 아득한 곳, 그곳으로 달려가곤 하는데 순아 여객선, 여객선의 고동소리는 자꾸만 멀어져 가고 있는데 그대는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가? 2020. 9. 11. 고래 잡으러 가는 세월 세월이 파도소리에 밟힐 때 하늘에서는 천둥번개와 벼락이 쳤다지요. 세월이 파도소리에 밟힐 때 달빛도 별빛도 눈물 흘리며 출렁거렸다지요. 세월이 파도소리에 밟힐 때 초록으로 다 물들이지 못한 잎들은 수맥이, 수맥이 다 멈추었다지요. 세월이 파도소리에 밟힐 때 피맺힌 절규마저 싸늘하게 곤두박질 쳤다지요. …………? 고래 잡으러 가는 세월은 어느 세월인가요. 2020. 9. 11. 룩희와 첫 만남 멜버른공항이 가까워지자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손자 녀석이 할아버지를 보고 놀라서 울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어서다. 비행기가 도착하자 준비한 면도기를 들고 화장실에 들려 깔끔하게 면도를 하고 머리를 쓰다듬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살짝 윙크를 하고 웃어보았다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마중 나온 아들과 집으로 가면서도 손자 녀석과의 첫 대면을 염려하며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집에 도착해 아이가 자고 있다는 방으로 들어갔을 때, 아이는 잠에서 막 깨어나 울면서 이불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변이 벌어졌다 전에 몇 개월 함께 있었던 할머니에게 가지 않고 처음 본 할아버지에게로 곧바로 기어와 안긴 것이다. 그것도 가슴을 파고들면서… 2020. 9. 11. 장다리꽃 불볕의 이맘때가 되면 죽교동 언덕배기 버섯 닮은 집 그 문간방 생각이 난다. 삼십대 엄마는 양은그릇장사 집을 떠나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외로운 섬이 되어 떠돌고, 머리에 산더미 같은 양은그릇을 이고, 땀 흐르는 등짝에는 삼남매 눈빛이 흐르고, 당신의 아픔을 이고지고 돌 때…… 옥수수죽 먹기 싫다고 울며 보채며 엄마 찾는 누이들 달래는 나는 까까머리 땡볕은 탱탱해 터질듯 하기만한데 개구락지참외 무화가 몇 개 시콤세콤 물외국 앞에 두고 엄마 바라보며 파란 웃음 방안 가득 쏟아내던 죽교동 언덕배기 그때 생각이 난다 2020. 9. 11.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