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다리꽃63

가을비 내 모습 추적추적 걸어오는 폼이 앞집 담벼락에 널려있는 무시래기 같아 아니, 아니 내 마음속 한 잎 벌레 먹은 버드나무 이파리 같아 아니, 아니 낙엽 발으며 걸어가던 그때 꼭 내 모습이야 2020. 9. 11.
갓 섬 등대 그가 눈을 깜빡이면 어둠속에서도 길이 보인다 그는 갈매기 날아간 방향과 뱃고동소리 지나가는 안부까지도 염려한다 계절풍과 어둠을 걱정하며 시아바다를 바라보며 항상 골똘하다 만선의 어선이라도 지나가면 더 환한 눈길로 달려가며 눈을 부라린다 파도만 바라보는 외롭고 쓸쓸한 그지만 그의 간절한 눈빛은 뱃사람들의 밤의 꽃으로 피어난다. 2020. 9. 11.
어느 농부의 마음 쌩 땅을 기름진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먼저 곡괭이질부터 해야 하죠 힘껏 곡괭이를 내리찍었을 때 곡괭이가 튕겨지며 온몸으로 전해오는 통증 파헤쳐진 그 쌩 땅 잔돌 골라내고 별을 심고 달을 묻고 파랑도 뿌리고 근데 말이죠 퇴비는 봄 햇살처럼 내려야 해요 별이 숨을 쉬고 달이 휜 뿌리를 내리고 파랑이 꽃을 피우면 지는, 농군이라 곡괭이질만 열심히 했다하겠습니다 2020. 9. 11.
포구에 파도가 일렁인다 만선 깃발 펄럭이려 먼 바다 더 깊은 바다로 나가야 하는 질퍽한 포구의 어부들은 잔바람이라도 이는 날이면 갯내음까지도 무거워진다 그런 날이면 포구의 갈매기들도 꺼억꺼억 허공에 울음을 그리며 난다 이곳 포구에도 언제나 파도가 일렁인다 그래서 어부는 더 넓은 바다로 더 먼 바다로 나가 파도를 재우기 위해 힘차게 그물을 던져야하는 것이다 육지의 파도가, 포구의 파도가, 더, 무섭다는 것을 어부는 잘 알기에 꺼억꺼억 갈매기 울음소리 들으며 먼 바다로 나가는 것이다 2020.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