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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리꽃

내일 퇴근길

by 바닷가소나무 2020. 9. 12.

발길로 냅다 걷어찼다.

 

쨍그랑 소리를 지르며 콘크리트 바닥을 굴러가는 깡통

전봇대아래 멈춘 찌그러진 깡통을 노려본다

회색빙 아귀에 발목이 잡혀있는 전봇대가

초저녁부터 술 취했느냐고 눈을 부라린다

 

깡통소리에 놀라 잽싸게 날아나던

고양이 한 마리도

가시담장위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노려본다.

 

그래, 오늘은 몇 번이나 걷어 차였던가

차라리 깡통처럼 쨍그랑 소리라도 질렀으면

전봇대가 발목이 붙잡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텐데

고양이가 나를 노려본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텐데

 

김과장과 박부장을 생각하며

냅다, 깡통을 다시 한 번 걷어찼다

 

쨍그랑!

골목길의 강통소리가 어둠속으로 달아나고

골목길을 보고 있는 초승달이 배시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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