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담벼락에 기대어있는 헌 문짝을 본다. 낡고 헤어진 모습에 지난 숨결들이 터져 나온다. 색 바랜 손잡이는 한 때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기도 했을 것, 때로는 우악스럽게 잡아 제치는 성난 손길에 겁먹었던 기억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버려진 채 골목길 담벼락에 기대어 차디찬 시선도 받지 못한 채 버려진 헌 문짝, 지나가던 어느 집 개가 한쪽다리를 들고 볼 일보고가는 그런 곳에서 비를 맞고 있다.
門은 여 닫을 수 있을 때만 문이다
부지런히 내 보내고 부지런히 받아들이며
경계를 허물어야만 門인 것이다.
門이 너무 오래 닫혀있으면 그것은 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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