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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

詩가 그리운 날은

by 바닷가소나무 2012. 4. 5.

 

詩가 그리운 날은 / 박흥순

 

 

빨랫줄에

  

앵두빛 집개가 물고 있는 양말이 흰 비둘기 같다

밀감빛 집개가 꽉 붙잡고 있는 블라우스는 잘 익은 은행잎 같다

치자빛 집개가 흔들고 있는 치마는 갓 피어난 수국 같다

함초빛 집게와 살랑대는 머플러는 바닷가 해파리 같다

청오이빛 집게와 놀고 있는 스타킹은 물뱀 한 마리 같다

도라지빛 집게가 만지고 있는 모자는 백합 같다

 

나는, 詩가그리운 날이면

색색의 집개에 비둘기, 은행잎, 수국, 해파리, 물뱀, 백합을 물려

빨랫줄에 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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