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그리운 날은 / 박흥순
빨랫줄에
앵두빛 집개가 물고 있는 양말이 흰 비둘기 같다
밀감빛 집개가 꽉 붙잡고 있는 블라우스는 잘 익은 은행잎 같다
치자빛 집개가 흔들고 있는 치마는 갓 피어난 수국 같다
함초빛 집게와 살랑대는 머플러는 바닷가 해파리 같다
청오이빛 집게와 놀고 있는 스타킹은 물뱀 한 마리 같다
도라지빛 집게가 만지고 있는 모자는 백합 같다
나는, 詩가그리운 날이면
색색의 집개에 비둘기, 은행잎, 수국, 해파리, 물뱀, 백합을 물려
빨랫줄에 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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