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찾아가는 걸음
4시간 이상 운전을 해 삼봉국립휴양림에 도착했다. 이렇게 혼자 집을 떠나 조용한 곳에 올 때는 세상살이의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고, 또한 어쭙잖은 시인으로서 좋은 작품은 아니더라도 작품 생산을 하고자한 욕심 때문이다. 그러나 숨어 있듯이 홀로 있어 봐도, 마음은 허허롭고 초조하다. 노트북을 앞에 두고 앉아도, 책을 보아도, 쉽사리 작품생산의 분위기에 접어들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이 지금까지의 순서였다. 해서, 이번에는 그리하지 않기 위해, 몸이 피곤했지만 곧바로 숲으로 들어가 푸른 나무들의 몸짓과 속삭임, 그리고 반기며 노래하는 새들과 물소리를 벗 삼아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잠이 깨어 보니 아침 5시가 조금 지났다. 시집을 넘기다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은 대체적으로 애절한 그리움의 노래들이었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지나간 시간의 그리움이든, 또 그 무엇이든, 간절한 그리움의 감성을 전하는 노래들인 것 이다. 노래를 듣다 보니 가슴이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침부터 눈자위가 촉촉해 지는 것이다. 창밖의 나무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푸르게 푸르게 몸짓하고 있는데, 괜스레 젊은 노인네가 되어 아침부터 촉촉이 젖어 가는 것이다. 이런 자신을 생각해 보면서, 그래, 이제는 다 없어져 버린 감성 인줄 알았는데, 그래도 아직 남아 있다니, 참 다행스럽구나(?) 하고 생각하니, 우습기도 하고 마음은 더 촉촉해 졌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움을 찾아, 그, 그리움의 대상을 만나기 위해 일생 동안 헤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움이란, 그 무엇을 향한 간절함과 절실함이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절실함의 대상을 찾아 평생을 헤매다 어딘가에서는 넘어져 상처를 입고, 또 어딘가 에서는 길을 잃고 당황해 하고, 어떤 때는 길섶의 한 송이 작은 들꽃을 보고서도 마냥 즐거워하며 행복해 하지 않던가, 그, 그리움이라는 것은, 어쩌면 결코 다 이루지 못하는 욕심이며, 아픔이며, 슬픔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째 든, 오늘 나의 그리움은 詩라고 하자, 그, 그리움을 찾아서 나는 이곳 강원도 홍천 산속에서 아침부터 홀로 젖고 있는 것이다. 욕심이며, 아픔이며, 슬픔인 그리움을 안고 말이다.
오늘 산행은 4시간을 했다. 모처럼 하는 산행인데 혼자서 무리한 산행이었나 보다. 생각해 보니, 욕심이 한 발짝 앞서가고 내 의지는 욕심을 따라가다 보니 온몸이 녹초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도 산행 내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연인로서 푸른 숲과 그리고 새소리, 찬란한 빛의 향연 속에, 간간히 내 몸을 감싸듯 다가온 풀내음과 꽃향기, 그리고 아름드리나무들이 뿌리째 넘어져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연순환법칙의 아름다움과 슬픔도 생각해 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결국, 오늘 산행은 詩라는 그리움을 찾아 헤매는 욕심이었고 또한 그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는 아픔이기도 했으며, 아름드리나무들이 속절없이 넘어져 스러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슬픈 그리움을 찾아가는 걸음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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