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병은 자연 발생적인 현상이다. 병을 예지하는 방법을 알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것에 응해서 적당한 처치를 강구하는 방법을 알지 않으면 안된다.
1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은 아마도 올바른 말이었으리라. 그러나 현대에 있어서는 그 반대가 정당한 말이 되었다.
건강한 정신만이 육체를 건강하게 한다. 도덕적 생활━노동, 검소한 시가, 절대 금욕은 건강을 위한 모든 조건을 그 속에 포함하고 있다. 육체의 건강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 사람들ㅇ에게 봉사할 가능성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간다. 그러나 육체에 대하여 너무 마음을 쓰는 것도 같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 중용을 얻기 위해서는 하나의 방법이 있다. 즉 사람들에게 대한 봉사를 방해하지 않고 그것에 모순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신의 육체에 대해서 마음을 쓰는 것이다.
2
『치료의 근본조건은 육체에 직접 해를 끼치지 않는 그것이다.』라는 것이 히포크라테스의 설이 있다. 이 설은 치료에 있어서 육체 방면에 대하여 가끔 타당치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정신 방면에 관하여서는 결코 타당할 수 없는 것이다.
육체에 직접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법칙은, 옛날 의사혈법이나 오늘날의 수룰, 독물요법 등 그 밖의 여러 경우에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정신에 해를 끼친다는 것은 사람이 병을 앓을 때마다 언제나 잇달아 일어나는 것인데 이것은 아무도 생각한 적이 없고 이해한 적도 없다.
병의 치료가 정신에 해독을 끼친다는 것은 가장 무절제한 이기주의를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함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대신에 자신에게만 봉사하라고 요구함을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3
어떠한 병이든, 인간으로서 의무를 다하는데 방해가 되는 병은 없다. 노동으로써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사랑에 가득한 인내로써 봉사하라.
4
병든 사상은 병든 신체보다, 더 처치하기 곤란하다. 그리고 그 수효도 많다. <시세로>
5
사람이 병이 들어 일상생활을 중지하고, 전심 치료에 종사할 때 그 병이 불치병이 아니라 극히 가벼운 병일 때라도 그전에 지내던 평범한 일상생활이 아주 고맙게 생각될 것이다.
왜냐 하면, 그 생활의 정도가 어떠하였던 간에 그것은 한 개의 생활이었으며, 자기 신변을 싸고도는 끊임없는 공포나 근심은 없었기 때문이다.
병을 두려워하지 말라. 병을 치료할 때를 두려워하라. 해로운 치료를 받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것이다.
치료를 받으면서, 자기는 환자라고 생각하여 그 때문에 도덕적인 요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점을 가장 두려워하라는 말이다.
◆ 산 유골
『아아, 오랫동안 고달팠던 조국이여, 러시아의 백성이 살고 있는 들지여』ㅡ <체 휴>
다음날 아침 나는 매우 일찍이 눈을 떴다. 해는 이제 막 솟아올랐다. 하늘에는 한 점의 구름도 없었다. 사방은 모두가 다 갑절로 빛나고 있었다.
ㅡ 아침의 새로운 빛이 어젯밤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를 비치었음으로 마차 준비를 시키고 있는 동안에 나는 조그마한 과수원으로 어슬렁어슬렁 나가 보았다. 이 과수원은 이제 와서는 거친 뜰에 불과 하지만 그 주위는 함박 비를 맞고 좋은 향기를 풍기어 주는 푸름으로서 둘러싸이고 있었다. 아아, 밝은 하늘 아래서 자유로운 공기를 마신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기분인가ㅡ
푸르른 하늘에는 종달새가 우지 짖고 그 방울을 굴리는 것 같은 소리가 은구슬처럼 내려온다. 그 날개에는 필시 이슬방울을 긷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 노래마저 이슬에 젖은 것처럼 생각된다.
나는 모자를 벗고 가슴 벅차게 숨을 빨아 들였다……. 얕은 골짜기 경사진 위에 담장 가까이 빈집이 보인다. 그리고 그 쪽으로 잡초가 높이 무성해 있는 사이를 뚫고 뱀처럼 구불텅한 골목길이 통해 있다. 그 위에는 어떻게나 자라났는지 짙은 녹색의 삼이 뾰쪽한 몽치 모양으로 줄기가 뻗어 있었다.
나는 이 구부정한 오솔길을 따라 벌집 있는데 까지 왔다. 그 곁에는 조그마한 나뭇가지로 얽어서 만든 판잣집이 서 있었다. 그것은 겨울 동안 벌집을 넣어 두는 곳이었다.
나는 반쯤 열려 있는 문으로부터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속은 어둡고 조용하고 공기가 건조되어 있었다. 그리고 박하와 향유의 내음이 풍겨왔다. 구석에는 침대 비슷한 것이 놓여 있고 그 위에 헝겊으로 덮어 씌운 무인가 조금한 것이 있다……. 나는 그 자리를 떠날려 했다…….
『서방님, 서방님! 표돌⦁페트러윗치씨』하고 부르는 솔리가 들려 왔다. 약하나 조용했고 거친 목소리였다. 갈대가 나부끼는 소리와 같은 음성이었다.
나는 주춤하고 섰다.
『표돌⦁패트러웟치씨! 안으로 들어오십시오!』하고 그 소리는 되풀이 한다. 그것은 구석에 있다.
침대 비스한 데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그 곁으로 가까이 갔다. 그리고는 놀랜 너머지 내발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이 우뚝 서고ㅗ 말았다. 내 앞에는 산 인간이 가로 누워 있다.
허나 이것은 무엇일까?
머리는 마구 비틀어져서 붉은 빛깔을 나타내고 있으며, 마치 낡아 빠져 누렇게 되어 버린 성상 같았다. 뾰쪽한 코는 날카로운 칼날 같고 입술은 어디 있는지 알아 볼 수가 없었으나ㅡ 단지 잇발과 눈만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 수건 밑에서는 누런 ㅌ털이 머리 위에 흐트러져 있다. 이불이 제키어져 있는 턱에는 구릿빛 조그마한 두개의 손이 움직이고 있는 작은 나무 가지처럼 손가락이 놀고 있다. 나는 한 층 더 주의해 보았다. 그것은 추한 것이 아니라, 확실히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처참한 데가 있다. 그 얼굴을 내가 한층 더 처참하게 본 것은 위에 그 금속과 같은 뺨 위에 괴로운 듯 한 미소를 보았기 때문이다.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서방님! 』
하고 그 음성이 다시 속살거렸다. 허나 그 음성을 토해낸 입술은 전혀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다.
『네,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어떻게 알아내시겠습니까? 저는 루케라야입니다....... 기억하고 계실는지요. 서방님의 어머니의 스파이스코오에 저택에서 무용을 가르치고 지휘도 하고 있은 나를? 』
『루케이랴! 』
하고 나는 부르짖었다.
『너 이었었나? 그러한가?』
『네, 서방님 ㅡ 제가 그 루케이랴 올시다』
나는 갑자기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바로 죽은 사람 같은 눈을 나한테 보내면서 어둡고 움직이지 않는 얼굴을 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이러한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이 송장 같은 로케이랴가ㅡ우리 집에서 제일 아름답던 여자로 ㅡ저 날씬한 키에 알맞은 몸피와 빛나던 살결 모래하고 웃고 하던 그 여자라고는 ㅡ 루케이랴 에게 대해서는, 저 영리한 루케이랴에게 대해서는 젊은 사람들은 모두 다 그에게 사랑을 구했고 나도 ㅡ 당시 열여섯 살 소년이었던 나도 남몰래 가슴을 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오오, 루케이랴!』
하고 마침내 나는 말했다.
『대체 어떻게 해서 이 모양이 되었나?』
『네, 아주 지도한 꼴을 당했습니다! 싫어하시지 않는다면 내 신세타령을 들어 주십시오. 이 조그마한 통 위에 앉으셔서 ㅡ 더 가까이 그렇지 않으면 제가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시지 못할 테니까……. 이제는 말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그러나 뵈올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어제서 서방님은ㅇ 이 아레크세프카 같은 곳에 오셨습니까?』
루케이랴는 매우 조용히 약하나 그러나 말소리는 끊지 않고 말했다.
『사냥꾼 이멜모라이가 데리고 왔지. 허나 그것보다 알고 싶은 것은……. 』
『저의 신세 말씀입니까? 네, 이야기하고말고요. 훨씬 이전에 육칠 년전일ㅡ입니다. 그때 저는 워씨리아와 결혼 했습니다ㅡ 기억하고 계십니까? 참으로 훌륭한 남자로써ㅡ서방님의 어머니의 시중을 들고 있던 사내였습니다. 그 때 서방님은 시골에 계시지 않으셨지요. 모스크바에서 공부 하고 계실 때니까. 워씨리아와 저는 깊이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무리 해도 그 사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봄날, 이러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저는 아무리해도 잠이 오지가 않았습니다. 나이친겔은 아름다운 소리로 뜰에서 울고 있었답니다…….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리를 들으러 층층계 있는 데까지 내려가지 않고는 베길 수 없었습니다. 나이친겔은 아름다운 소리로 그칠새 없이 노래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나를 부르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이 생각 되었습니다. 그것은 위씨리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루케이랴 하고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잠이 다 깨지 않은 탓이겠지요. 그만 발이 미끄러져 가지고 맨 윗 계단에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리 대단하게 다쳤다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이내 일어나서 내 방으로 돌아 갈 수 있었으니까요. 그저 몸속에서 어딘가에ㅡ 아픔을 느꼈을 뿐이지요……. 죄송하지만』
루케아랴는 말을 끊었다. 나는 그를 보면서 놀랐다. 그는 재미나는 듯이 한번 숨도 돌리지 않고 신음소리도 낸지 않고 동정도 구하지 않고 그 이야기를 계속 했기 때문이다.
『 그 일이 있은 후로부터는』
하고 루케이랴는 다시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나는 차츰 야위고 마르기 시작했습니다. 살은 검은 빛으로 변하고 걸음을 걷는 것이 괴로워 졌습니다. 그리고 ㅡ 나는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끔 되어 서지도 않지도 못하고 종시 옆으로만 누워 있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 식욕이 전혀 없어지고 차츰 건강이 나빠지기만 했습니다. 서방님의 어머님은 친절하게도 의사에게 보여 주었으며, 병원에도 입원시켜 주셨습니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해도 조금도 나아지지를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어느 의사도 무슨 병이라는 것조차도 알지를 못했습니다. 의사는 여러 가지 치료를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효력이 없었습니다. 나중에는 몸이 온통 마비되고 말았습니다…….그래서 의사로 부터는 이제는 더 치료를 해도 소용 없다는 선고를 받고 서방님 댁에서는 이러한 불구자를 두어도 어쩔 도리가 없고 해서……. 즉 그러한 이유로서 이리로 오게 된 것입니다. ㅡ 여기에는 친척이 있고 해서…….보시는 바와 같이 여기서 이렇게 진내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루케이랴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미소를 띠려 했다…….
『허지만 이건 너무 심한데 ㅡ 이런 곳에서! 』
하고 나는 부르짖었다. 허나 그 다음은 이어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물었다.
『글래서 위씨리이는 어떻게 됐나?』
이것은 매우 싱거운 질문이었다. 루케이랴는 잠간 시선을 떨어 뜨렷다.
『워씨리이가 어떻게 됐느냐 말씀이죠? 그 사람은 슬퍼해 주었습니다. ㅡ 조금은 슬퍼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따른 여자하고 그린노으웨 태생의 아가씨하고 결혼을 했습니다. 그린노으웨 아시지요.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그 여자는 아그라페너라는 이름 이었습니다. 그 남자는 정말로 저를 사랑해 주었습니다.ㅡ 하지만 그 사람은 젊었는걸요. 언제 가지나 독신으로는 있을 수 없었지요. 그리고 이렇게 되어버린 저는 그 사람의 상대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 사람의 부인이 된 사람은 사람도 얌전하고 어여쁜 처녀였습니다. 그런데 벌써 애기까지 두었습니다. 그 사람도 여기 살고 있으면서 가까이 서로 다니고 있습니다. 서방님의 어머님이 신원 보증을 해 주시었기 때문입니다. 매우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에요 ㅡ 고마움 게도』
『그러면 루케아랴는 여기서 즉 누워 있기만 했군?』
내가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벌써 칠 년째입니다. 여름에는 여기 누워 있으나, 추워지면 은 목욕간 있는데도 옮겨가서 누워있습니다』
『누가 시중을 들어주니? 간호해 주는 사람이 있나? 』
『네. 그거야 어디든지 친절한 사람은 있는 법이니까. 여기서도 저는 그대로 버림받은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도 됩니다. 음식도 남과 같은 것을 먹고 잇고 물도 이 병에 들어 있습니다. 병까지에는 손이 뻗으니까요. 한쪽 손은 아직 쓸 수 있습니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고아인 작은 계집에게 있어서 때대로 시중을 들어 줍니다. 참 친절한 애입니다. 방금 이제도 와주었지요……. 만나기지 못하셨던가요? 참으로 예쁜 귀여운 아이입니다. 그 애가 가끔 꽃 같은 걸 갖다 줍니다. 옛날엔 뜰에 많은 꽃들이 있었지요.ㅡ 하지만 지금은 한포기도 없습니다. 허지만 들꽃도 좋은 것입니다. 정원의 꽃보다도 좋은 향기를 가졌습니다. 저 삼백합 같은 건 참으로 좋은 향기가 납니다.』
『그래서 루케이랴, 당신은 심심하다든가 쓸쓸하다든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하지만 할 수 없지 않아요? 저는 거짓말을 하기는 싫습니다. 처음에는 괴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는 중 차츰 익숙해져서 이제 와서는 참는 버릇이 백였습니ㅡ이젠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따른 사람들 중에는 저보다도 더욱 더 신세가 나쁜 분들이 있으니까요』
『그것은 어떤 사람들인가?』
『세상에는 비바람을 피할 지붕 하나 없는 사람들도 있고,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도,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어쨌든 간에 바로 보이는 눈을 뜨고 있고 무엇이나 들을 수가 있습니다. 벌레가 당을 파는 소리마저 저에게는 들립니다. 그리고 아무리 미미한 냄새라도 맡을 수 있습니다. 밭에 보리들의 보리수나무에 꽃이 피면ㅡ나는 그것을 누구한테서 듣지 않아도 맨 먼저 아는 것입니다. 바람이 냄새를 날러 옵니다.』
신의 뜻을 배반하는 사람은 저 보다도 더욱더 심한 골을 당하는 것입니다. 정말입니다. 몸이 건강한 사람은 누구나 죄에 빠지기 쉬운 것이지만 저는 인제 죄라는 것 하고는 인연이 멀어졌습니다. 얼마 전에도 아레크세이 목사님이 성찬식을 주시려 오셨을 때에 그대는 참회를 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하고 있으면 죄를 범할 리가 없을 테니!』하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마음속에서 범하는 죄는 어떤 거지요?』라고 그러자 목사님은『글쎄, 대단한 죄는 아니겠지』하면서 웃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마음속에서도 그리 대단한 죄를 범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고 루케이랴는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어째서냐 말씀하자면 저는 무엇을 생각하지 않도록, 더욱이 무엇을 추억하지 않도록 마음먹고 왔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시간은 매우 빨리 흘러갑니다.
나는 아주 놀래버렸다.
『구케이랴, 당신은 언제나 홀로 있으면서 어떻게 생각하는 일 없이 있을 수 있소? 언제나 자고만 있는 것만도 아닐 텐데』
『천만에! 언제나 자고 있다니요. 특별히 지독한 아픔이라는 것도 없습니다만 그래도 바른편 뼈가 아파할 때에는 마음대로 잘 수가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혼자서 누워 있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를 않습니다.
저는 오직 제가 살고 있고 그리고 숨 쉬고 있다는 것, 그것 만에 정신을 팔고 있습니다.
저는 눈을 떠보거나 귀를 기우려 듣고 있거나 합니다. 꿀벌들은 잉잉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비둘기는 지붕 위로 내려와서 구구구 울고 있습니다. 암탉은 병아리를 데리고 모이를 찾아 먹으러 옵니다. 그리고 참새며, 나비는 날고 매우 재미나고 즐거운 일입니다.
작년에는 저 구석에다 집을 짓고 새기를 몇 마리 갔습니다. 아주 재미났어요. 한 마리가 집으로 날아 들어오면 새끼 곁에 가서 모이를 줍니다. 그리고는 또 날아 가 버립니다. 그러면 이네 또 다른 놈이 들어옵니다. 어떤 때는 집에 들어오지 않고 스쳐지나갈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조그마한 것이 입을 벌리고 째액 째액울기 시작합니다....... 저는 올 해에도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만 들으니까 어떤 사냥꾼이 총으로 쏘아 버렸다는 것입니다. 대체 그런 것을 잡아서 무얼 하려는 것입니까? 제비 같은 건 벌레보다도 그다지 소용이 없을 텐데도 대체 무엇이거나 사냥이라는 것은 대단히 잔학한 짓이 아니에요? 』
『나는 제비를 쏜 일은 없다』
하고 나는 당황하게 말하였다.
『하지만 한번』
하고 루케이랴는 다시 말을 이었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 있었습니다.
토끼가 한 마리 뛰어 들어 왔어요. 산 토끼가 말입니다. 사냥개한테 쫒긴 것이겠지요. 문 밖에서 부터 굴러들어 왔어요. 내 곁에 웅크리고 앉아서 제법 오랫동안을 가만히 있었습니다.
킁킁 하기도 하고 수염을 똑 바로 세우기도 하면서ㅡ
그리고는 나를 보는 것입니다. 필시 내가 무서운 것은 아니라 생각이 들었나 봐요. 나중에는 일어서서 살금살금 문 깐으로 나가서 밖을 내다보는 것입니다. 그때의 꼴은 무어라 말씀 드렸으면 좋겠는지요? 참으로 우스운 토끼 이었습니다!』
루케이랴는 『우습지 않으세요?』하는 듯이 나를 본다. 그들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나도 웃었다. 그는 마른 입술을 축였다.
『겨울이 되면 아무래도 몸이 더 나빠지는 것 같습니다. 어두우니까요. 촛불을 켜는 것도 부산한 노릇이고, 켠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책이라도 읽던 때는 보람이 있었지요. 나는 그 전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허지만 무얼 읽어야 좋을 것입니까? 읽을 것은 한권도 없습니다. 설사 있다손 치더라도 어떻게 그것을 손에 들겠습니까? 아레크레이 목사님이 위로가 될지 모른다고 달력을 가지고 오셨습니다만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도루 가져가게 했습니다.
하지만 캄캄한 어둠속에 있어도 귀를 기울이고 있을라치면 어느 때나 꼭 무슨 소리가 들려온다. 부엉이가 울거나, 쥐가 무얼 물어뜯거나 합니다. 그런 때지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씀드린 것은……. 그리고 저는 기도를 계속 드리고 있습니다.』
루케이랴는 잠간 숨을 돌리고 나서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그저 저는 그렇게 많이는ㅡ기도의 말을 알고는 있지 않습니다만, 그리고 무엇 때문에 신께 폐를 끼칠 일이 있겠습니까? 저는 새삼스레 무엇을 바랄 것이 있겠습니까? 신은 저에게 없어서는 아니 될 것임을 신께서 저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신 것입니다. 신은 저에게 십자가를 주셨습니다. 그것은 저를 사랑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죽음의 기도 마리아의 찬미 모든 오뇌하는 자의 소원을 되풀이 하고는 다시 조용히 누워버리는 것입니다ㅡ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리고는 저는 아무 할 일없이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
이분쯤 침묵이 흘렀다. 나는 그 침묵을 깨뜨리지 않으려고 좁은 통 위에 옴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내 앞에 가로누워 잇는 이 산 무참한 생물들과 같은 침묵은 나한테도 전해져왔다. 나도 무엇인가 마비 된 것처럼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루케이랴!』
하고 나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떨까? 너를 병원으로 시내에 있는 훌륭한 병원에다 입원 시켰으면 하고 생각하는데 어떨지? 아직도 치료하면 고칠는지 모른다. 어쨌든 이대로 혼자 두어둘 수는 없다…….』
루케이랴의 눈썹은 약간 움직였다. 아니에요 부디 하고 귀찮다는 듯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병원 같은데 가기 싫습니다. 나를 돌보려 하지 마십시오. 그러 것에 간다면 도리어 고통을 더 할 뿐이니까요! 이제 이렇게 되어서는 고칠 수 없습니다. 언젠가도 어느 의사가 나를 진찰 하겠다고 말 했습니다. 나는 부디 이대로 가만히 두어 달라고 원했습니다. 그래도 듣지 않고 나를 이리 저리 높이고 손발을 두들겨 보고 어덯허고 하더니만 말하기를『나는 학문을 위하여 이러한 노릇을 한다. 나는 학문의 종 즉 학자인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결코 불평을 말해서는 안된다. 나는 여러 가지 학문상의 공로로서 상을 받고 있다. 그리고 너희들과 같은 인간을 위하여 힘스고 있으니까』라고. 의사는 여러 군데를 두들겨 보고는 나의 병명을 말해 주었습니다.ㅡ무언가 대단히 긴 병명 이었는데ㅡ그리고는 그대로 나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난 뒤 일주일 동안은 뼈마디가 아파서 혼이 났습니다. 당신은『언제나 혼자서』하고 말씀 했지만 언제나 그러하지는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가끔은 와 줍니다ㅡ허나 별로 폐를 끼칠 일은 없습니다. 처녀들도 와서는 이야기를 해주고, 수녀들이 잘 못 들어와서 앨삼램의 이야기며 케프의 이야기며 그 외의 여러 가지 신의 나라의 이야기 같은 것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나는 이잰 겁나지 않습니다. 차라리 그 편이 좋을 만치ㅡ 네에, 정말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서방님도 나를 염려해 주시지 마십시오……. 친절 하신 건 대단히 감사합니다만 부디 병원 같은 데는 데리고 가지 말아 주십시오, 정말입니다.』
『그렇다면 네가 좋아하는 데로 할밖에 루케이랴 나는 오직 너를 위하고 생각해서 말 한 것이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나를 위하고 생각해서 하시는 걸, 그러하지만 서방님 나를 구한다는 것이 될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누군가 다른 인간의 마음 밑바닥까지 들어 갈 수 있습니까? 사람은 누구 거나 자기가 자기의 일을 해치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당신은 필시 내가 말씀드리는 것을 정말로 생각하시지 않겠지요만 나는 때대로 쓸쓸하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온 세계에서 나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이 느낄 때가 있습니다. 오직 내 하나님만이 살고 있는 것 같이! 그러나 무언가 누군가가 나를 축복해 주고 있는가 처럼 생각 됩니다……. 그리고 나는 참으로 이상한 꿈을 갖고 가는 것입니다.』
『대체 어떤 꿈을 꾸는가? 루케이랴』
『무어라 말 할 수 없는 꿈입니다. 서방님 잘 설명이 되지 않아요. 그리고 또 곧 그 뒤에는 잊어버리고 맙니다. 무슨 구름 같은 것이 내려와서 쭉 펴지는 가 생각하면 참으로 개운한 기분이 되는 것입니다. 허나 그것이 무엇인가 하게 되면 영 모르겠습니다. 그저 사람이 옆에 있을 적에는 그러한 것은 조금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 고내가 불행하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습니다.』
루케이랴는 괴로운 듯이 한숨을 지었다. 그의 호흡도 그 수족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었다.
『서방님은 대단히 나한테 대해서 염려 해 주시는 것 같이 보입니다만』하고 그는 다시 계속하였다.
『부디 너무 염려 마시기를 바랍니다. 안심해 주시기 위하여 또 다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나는 어떠하면 지금도……. 기억하고 계십니까. 네가 젊었을 적 얼마나 명랑한 여자였던 가를. 참으로 말괄량이 엇지요……. 그래서 서방님 어때요……. 나는 지금도 노래를 부를 때가 있답니다.』
『노래를 부른대? 네가?』
『네에 옛날의 노래며, 연회의 노래며 크리스마스의 노래며 온갖 것을 부릅니다. 나는 노래를 많이 외우고 있고,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오직 무용의 노래만은 부르지 못 합니다. 이러한 몸이 되어 버리고는 춤출 수도 없으니까』
『어떻게 부르니? 화풀이로』
『네에 화풀이하기 위해서입니다. 큰 소리는 내지 못하지만 알아듣도록 부를 수 있습니다. 아까 조그마한 애가 나의 시중을 들어 준다고 말 했었는데 그 애는 참으로 영리한 고아입니다. 나는 그 애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애는 벌써 네 가지 노래를 외우고 있습니다. 이런 말 곧이듣기지 않습니까? 그러나 잠간만 기다려 주십시오, 노래 불러 보겠습니다. 』
루케이랴는 숨을 들이켰다…….이 반은 죽을석같은 인간이 노래를 부르려 든다는 생각이 내 마음에 무어라 말 할 수 없는 공포의 감정을 일으켰다. 그러나 내가 아직 한마디도 말 하기 전에 길게 뻗혀진 겨우 들릴만한 그러나 말고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곡조가 내 귀에 울리어 왔다……. 그것은 제이 제삼으로 이어 갔다. 『옥장에서』라는 노래를 루케이랴는 노래했다. 그는 노래했다ㅡ허나 그 돌과 같은 얼굴의 표정은 쪼금도 변하지 않고 그 눈마저 한곳에 못 박힌 대로, 그러하지만 실연기처럼 흔들 리우며 믿을 바 없는 가냘픈 그 소리가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끔 울리어 나온 것인가! 그는 얼마나 그 속에다 모든 정신을 부어넣으려고 원하고 있었던 것인가!...... 나는 이제 아무런 무서움도 느끼지 않았다. 나의 가슴은 말하려도 하지 못할 인민의 정으로써 울렁거렸다.
『아아, 이제는 틀렸습니다.』
하고 루케이랴는 갑자기 말 했다.
그는 눈을 감았다.
나는 그 조그마한 차가운 손가락 위에 나의 손을 얻었다....... 그는 힐끗 나를 보았으나 눈을 다시 감고 낡은 조각처럼 조용히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있자니 두 눈이 어두움 속에서 번쩍 빛났다……. 눈물에 젖어 잇는 것이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ㅁ무어라 할 바보 인 것입니까?』
불쑥 루케이랴는 뜻 하지 않는 힘을 가지고 말했다. 그리고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는 눈을 깜빡거리면서 눈물을 떨어뜨리려고 했다.
『부끄러워합니다. 어쩐 까닭인가 모르겠습니다. 일어한 일이란 오랫동안 없었던 일이었는데……. 작년 봄 위씨리이가 와 준 날 이래로 없는 일입니다. 그 사람이 내 곁에 앉아서 이야기 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렇지도 않았으나 그 사람이 가 버리고 나니까 나는 갑자기 쓸쓸해져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나는 어재서 눈물 같은 것을 흘리는 것입니까? 헌데 도대체 우리들 여자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눈물을 흘리는 것입니다. 서방님』
하고 류케이랴는 덧붙이었다.
『당신은 한카취를 가지고 계시지요…….싫으시지 않거든 좀 닦아 주십시오』
나는 얼른 그가 바라는 대로 해 주었다. 그리고 그 한카취를 루케이랴에게 주었다. 그는 처음엔 그것을 사양했다…….『이러한 걸 받아도 나한테 어디 소용이 되겠습니까? 』
하고 그는 말 했다. 그 한카취는 그리 좋은 것이 아니었으나 아직 깨끗한 것이었다. 나중에 그는 약하디 약한 손가락에 그것을 쥐고 다시 놓으려 하지 않았다. 나는 드디어 이방의 어둠에 익숙해 왔음으로 그의 용모를 확실히 알아 볼 수가 있었다.
그 얼굴은 부리은 그리쇳 빛깔아래 들어다 보이는 섬세한 붉은 것마저 인정할 수 있었다. 적어도 내가 본바에는 아직 그 얼굴가운데 옛날 어여뻤던 모습을 찾아 낼수 있은 것 같았다.
『서방님, 당신은 잘 수 있는 가고 물으셨지요.』
하고 루케이랴가 다시 말을 시작 했다
『자는 건 매우 짧은 시간입니다만 잘 때 마다 꿈을 꿉니다.ㅡ 그건 참으로 멋진 꿈을! 꿈속에는 병이 없습니다. 꿈속에서는 나는 언제 건강하고 젊습니다....... 오직 한 가지 슬픈 것은 잠을 깼을 때 마음 놓고 기지개를 켜려고 생각할 적, 마치 사슬에 메인 것처럼 자유로이 되지 않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대단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것을 이야기 해 드릴까요. 그러면 들어 주십시오. 나는 목장에서 서 있었는데 그 주위는 모두 키 큰 금처럼 자라난 밀밭이었습니다....... 나는 붉은 개를 한 마리 대리고 있었습니다.ㅡ 그것은 심술궂은 좋지 못한 개로서 시종 나를 물려고 덤벼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낫을 한 자루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보통 낫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낫의 꼴을 한 달님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그 달님으로 밀을 베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그러는 중 나는 무서워서 지독히 피곤해 졌으며 달빛의 빛이 내 눈을 바로 쏘는 것도 같아서 무엇인가 지쳐버릴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들꽃이 그 근방 일대에 피어 있고 그것이 또 매우 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는 것이나 모두 그 머리를 나를 향해 있었습니다. 나는 정신없이 그것을 주워 쥐려고 했습니다. 위씨리이가 올 약속을 했음으로 먼저 꽃다발을 만들려고 했던 것입니다. 곷다발을 엮을 시간쯤은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꽃을 꺾기로 시작 했습니다. 헌데 꺾어도 꺾어도 손가락사이에서 넘쳐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꽃다발을 만들기에는 좀체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있는 동안에 누군가 배 바로 옆에 와서 루케이랴! 루케이랴!』 하고 부르는 것입니다……. 『아아 미처 하지 못했다. 원통한 잉ㄹ이다! 하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나는 꽃 대신에 달님을 머리위에 얹었습니다. 내가 관처럼 그것을 쓰니까, 곧 전신이 빛나기 시작하여 사방일면을 밝게 하였습니다. 그러자 어떻습니까! 이랑을 건너서 재빨리 내 앞으로 다가오는 것은 위씨리가 아니라, 그리스도 자신이 아닙니까! 어째서 그리스도 님인 줄 알았는가.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려져 있는 것과도 달랐습니다.......ㅡ오직 그것은 그리스도님이 있었습니다. 수염이 없고 키가 크고 나이 젊고 전체를 흰 것으로 감고, 그 허리띠만이 금색이었습니다. 그리고 손은 나한테 내밀면서 말씀 하시기를『두려워하지 말 지리. 내기 치례한 신부여, 나를 따르라. 너는 천국의 합창무용을 지휘하고, 또 극락계의 노래를 부를지어다.』라고요. 그리고 나는 그 손에 메어 달려 습니다. 개도 나의 뒤를 따라 왔습니다.......그러는 중에 우리들은 하늘을 보고 떠올랐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앞서고……. 그 기러기 같은 긴 날개를 하늘 가득히 펼치고ㅡ그리고 내가 그 뒤를 따르고! 헌데 나의 개는 뒤에 남아 있지 않으면 아니 되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알았습니다.ㅡ저 개가 나의 병이었다는 것, 그리고 천국에서는 병이 있는 장소가 없다는 것을.』
루케이랴는 잠간 숨을 돌렸다.
『그리고 또 하나 본 것이 있습니다.』
하고 그는 다시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환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전연 나한테는 모를 일입니다. 나는 이 판자 집에서 자고 있는 것 같이 생각 되었습니다. 그러자 돌아가신 양친이 나타나서 공손히 머리를 숙이는 것이었으나 아무 말씀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 내가 『아버지 어머니는 대체 무엇 때문에 저한테 절을 하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두 분이 말씀 하시기를『어째서냐고? 너는 이 세상에서 매우 커다란 괴로움을 치렀다. 그 대문에 너는 너 영혼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무거운 짐마저 벗게 해 주었다. 그러므로 저 세상에 가잇는 우리도 대단히 편하다. 너는 이미 너의 죄를 다 닦고 지금은 우리의 죄까지 닦아 주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말씀하고 나서 나의 부모는 또 한 번 나한테 절을 하는 것 같더니 그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뒤에는 벽밖엔 다른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나는 나중에 이 일이 대단히 마음에 걸렸음으로, 참회 할 적 목사님께 이야기 했습니다. 목사님은 그것은 환영이 아니다. 환영은 다른데 나타나는 것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
『또 하나 더 이야기 하지요』
하고 루케이랴는 이야기를 더 계속 하였다.
『꿈속에서 나는 사람이 오고 가는 버들 나무아래 앉아있었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보따리를 어깨에 걸머지고, 수건으로 머리를 동여매고는 마치 순례의 길을 나서는 여인과 같은 차림으로 해서 나는 어딘가 먼 곳으로 순례의 길을 떠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순례들은 그칠 사이 없이 내 곁을 지나갑니다. 털썩 털썩 와서는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가버립니다. 모두가 어지간히 피로한 안색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이 비슷비슷 했습니다. 마침내 나는 그 사람들 틈에서 우물우물하고 있는 한 사람의 여자를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머리하나만치 더 크고,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ㅡ러시아 옷도 아닌 얼굴도 이상한 얼굴로ㅡ야윈 그러나 험한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 여자의 곁을 떠나갑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고, 내 앞으로 가까이 옵니다. 그리고는 발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눈알은 누른 빛깔로 커다란 것이 매 눈 같았습니다. 나는 『누구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나는 너를 대리로 온 죽음의 신이』라고 말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나는 조금도 놀라진 않습니다. 도리어 대단히 반가웠습니다. 나는 스스로 십자를 그렸습니다. 그러자 그 나의 죽음의 신이라고 말한 여자는 『안되었다면, 루케이랴 아직 너를 데리고 갈 수는 없단다. 잘 있어!』하고 말합니다. 글쎄 나는 얼마나 슬펐는지요!...... 『데려가 구십시오, 네에 아주머니 데려다 주십시오! 』하고 나는 말했습니다. 그러자 나의 죽엄의 신은 나를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 했습니다. 무언지 확실치 않은 뜻 모를 말 이었습니다.
『성베드로 제(祭가 끝나거든)하고 말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잠이 깼습니다. 참 이상한 꿈을 꾼 것입니다.』
루케이랴는 눈을 위로 뜨고 바라보면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오직 슬픈 것은 가끔 일주일쯤 한잠도 자지 못하고 지날 때가 있습니다. 잔년에 어떤 부인이 와서, 수면제를 한 병 주면서 한꺼번에 마흔 방울 씩 마시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매우 혀혐이 있어서 잘 잤습니다만 아까웁게도 그 병에는 이제 약이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당신은 알고 계시지요ㅡ그건 뭐라는 약입니까? 어떻커면 구할 수 있습니까?』
그 부인은 루케이랴에게 아편제를 준 것임에 틀림이 없다. 나는 그것과 같은 병을 가져 올 것을 약속 했다. 그리고 나의 인내력에 대하여 다시금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유 서방님! 』
하고 그는 말 했다.
『어재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인내력이란 무얼 말하는 것입니까? 아 , 저 기둥위에 서있는 씨배온입니까? 그 사람이 정말 인내력이 있는 것입니다. 삼십년 동안이란 세월을 기둥위에서 서서 지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성도는 가슴 있는 데까지 산채로 파묻히어 개미에게 그 얼굴을 파먹였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어느 학자한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어느 때 어느 나라에 이수마엘 사람이라는 게 전쟁을 걸고 들어 그 나라 사람들을 괴롭히고 죽이고 온갖 행패를 다했으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그때 그 나라에 어떤 깨끗한 처녀가 나타났습니다. 그 처녀는 긴 칼을 차고 8파운드나 되는 무거운 갑옷을 입고 적인 이슈마엘군을 향하여 공격해서 바다 밖으로 몰아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적군을 몰아 냈을 적에 그 처녀는 적을 향하여 말하기를 『나를 화형에 처해다오, 나는 내 조국을 위하여 화형을 당하여 죽겠노라고 맹세 했으니까』라고. 그래서 이슈마엘인은 그 처녀를 잡아서 태워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그 나라 백성들은 그 뒤로 부터는 자유를 찾았다는 겁니다. 이런 잉ㄹ이야 말로 참으로 고귀한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 비한다면 나 같은 건 대체 무엇입니까?
나는 어째서 잔다크의 전설이 그의 귀에 들어갔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 그의 나이가 이제 몇 살인가를 물어 보았다.
『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은 안되었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나 왜 나이 같은 걸 묻습니까. 나는 아직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 있습니다.』
루케이랴는 갑자기 숨 막히는 듯한 기침을 하고 괴로워했다
『너무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
하고 내가 말 했다.
『그래서 좋지 못한 것 아니야,』
『그렇습니다.』
하고, 그는 들릴락 말락 한 적은 목소리로 말 했다.
가진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아름다운 지시이다, 현대는, 진리에 굶주리고 목마른 대중에게, 그것을 가르치는 수단은 매우 미약하며 또한 평화스러운 형제들 사이에 있던 사도와 마음 하직 인사를 했다. 나는 약을 보낼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또 한 번 생각해 보고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거든 말 하라고 일렀다.
『 아무것도 욕심나는 것이 없습니다. 나는 이것으로 이제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고 그는 매우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디 여러분 건강하심! 서방님 당신의 어머니에게 한마디 전해 주십시오.ㅡ이 근처 백성들은 모두 가난합니다.ㅡ소작료를 얼마간이라도 감하여 주실 수 있다면! 백성들은 토지도 적고 돈도 없습니다.ㅡ그렇게 해주신다면 모두 얼마나 고마워하겠습니까……. 그렇지만 나는 아무것도 필요치 않습니다. 나는 오로지 만족하고 있으니까 』
나는 루케이랴의 이 청이 꼭 이루어지도록 하겠노라고 약속 했다. 그리고 문간을 보고 걸어갔다……. 그는 다시 나를 불렀다.
『기억하고 계십니까, 서방님 』
하고 그는 말 했다. 그의 눈 속에 그리고 입술 위에는 무언가 야릇한 광채가 보였다.
『옛날, 내 머리가 어떠한 머리였던가를 물팍까지 내려오던 머리라는 것을 기억하고 계시지요! 그걸 큰마음 먹고 잘라 버린 것도 훨씬 전의 일 입니다....... 그러한 머리를! 허나, 빗을 수도 없는 걸요, 이러한 몸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나는 큰마음을 먹고 잘라버렸던 것입니다……. 그러면 안녕히 서방님! 이제는 더 말 할 기력이 없습니다…….』
그날 사냥을 나가 기전에 나는 그 마을에 있는 순경과 루케이랴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 나는 루케이랴가 마을에서 『산 해골』이라고 불리어 지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E 그렇게 되어 있으면서도 조금도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도, 그리고 조금도 군소리나 불평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도 들었다.
『 무얼 해 달라고 말 하지 않습니다. 허지만 무얼 해 주어도 좋아 합니다. 참으로 드물게 보는 마음씨 고운 여자입니다.』
순경은 말을 이었다.
『그 여자는 신의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들은 그렇게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 여자가 벌을 받고 있는지 않는지는, 글쎄ㅡ그러한 시비는 가리지 않겠습니다. 그대로 가만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몇 주일 후에 나는 루케이랴가 죽었다는 것을 들었다. 즉 그의 죽음의 신은 그에게로……. 그리고 『성 베드로제가 끝나서』 찾아 온 것이다.
듣건 데 그날 그는 종소리를 내 듣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레크세프에서 교회까지는 오마일 이상이나 되는 위에 그날은 일요일도 아니었는데 그러나 루케이랴는 종소리가 교회에서 들려 오는 것이 아니라, 의로 부터 들어온다고 말 했다고 한다! 짐작컨대 그는 감히 하늘부터 서라고 말하지 못했을 것 같다. <트리게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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