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미
송정란(등단명 송필란)
금비늘 은비늘 빛살 좋은 봄날 어물전
좌판에 나앉아 호객하는 생선들 틈에서야 비릿한 냄새가 판치는 세상에서야, 이렁성저렁성 살아간들 어떠랴 비싼 값에 팔린다면이야 저잣거리에서 비늘이 벗겨진들 어떠랴, 알몸의 너덜거리는 부끄러움인들 어떠하랴 요리조리 뒤집어 보는 손길엔 세상 바닥에 철썩 들러붙어 살아가는 법을, 모로 뜬 눈으로 슬쩍 비껴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깨닫지 않고서야 어찌하랴 淸淨玉水에 고기가 꾀이지 않듯 이리저리 몰려 다니는 파리떼도 불러 모으고, 지나가는 바람에 비린 풍문을 띄워보내며 이렁성저렁성 살아간들 또 어떠하랴
한물간 눈알 초점 없는 세상에 어물쩍 눈빛 맞추는 시절에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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