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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시

어느 유목민의 시계 / 나호열

by 바닷가소나무 2015. 8. 20.

어느 유목민의 시계 / 나 호 열

 

하늘이 어둠의 이불을 걷어 내면 아침이고

멍에가 없는 소와 야크가 마른기침을 토해 내면

겨울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

식솔만큼의 밥그릇과 천막 한 채를 거둬들이면

그때가 저녁이다

 

인생을 모르는 사람들은 유목민이라 부르지만

그들은 멀리 떠나 본 적이 없다

소와 야크의 양식인 풀이 있는 곳

그곳이 그들의 집이고 무덤일 뿐

 

그들에게 그리움이란 단어는 없다

언제 다시 만날까 그들에게 묻지 마라

앞서 떠난 가족들 설산 위에 별로 빛날 때까지

바람의 숨소리를 듣고

해의 기울기에 온몸을 맡기는

그들에게 시계는

물음표를 닮는 커다란 귀와

하늘에 가닿은 눈이다

 

 

-시집 [촉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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