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 박흥순
사람들이 신 바람나게 눈덩이를 굴리고 있어
굴리던 눈덩이로 눈사람을 만들어 놨어
붉은 고추로 코를 대신하고
숯검뎅이로 입을 아귀처럼 좍 찢어놨어
머리카락은 글쎄 시래기로 한 폼을 잡았고
귀는 말이야, 당나귀 귀인 게야
무슨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나 쫑긋하고 있어
눈썹은 푸른 솔잎으로 붙여놨는데,
눈사람이
두 눈은 꼭 감고 있는 폼이
골목길에서 눈덩이처럼 부풀어가던
이야기들이 마음에 걸렸었나봐
근데 말이야, 재미있는 것은
눈사람이 외계인처럼 이상하게 생겼다는 게야
눈코입귀 모두가 삐뚤 빼뚤이야
보면 볼수록 웃음이 절로 나와
골목길에 눈덩이처럼 굴러가던 이야기처럼
완전, 삐뚤빼뚤 제 마음대로야
문학과창작 2014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