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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

소문 /박흥순

by 바닷가소나무 2014. 12. 14.

 

소문 / 박흥순

 

사람들이 신 바람나게 눈덩이를 굴리고 있어

굴리던 눈덩이로 눈사람을 만들어 놨어

 

붉은 고추로 코를 대신하고

숯검뎅이로 입을 아귀처럼 좍 찢어놨어

머리카락은 글쎄 시래기로 한 폼을 잡았고

귀는 말이야, 당나귀 귀인 게야

무슨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나 쫑긋하고 있어

눈썹은 푸른 솔잎으로 붙여놨는데,

눈사람이

두 눈은 꼭 감고 있는 폼이

골목길에서 눈덩이처럼 부풀어가던

이야기들이 마음에 걸렸었나봐

근데 말이야, 재미있는 것은

눈사람이 외계인처럼 이상하게 생겼다는 게야

눈코입귀 모두가 삐뚤 빼뚤이야

보면 볼수록 웃음이 절로 나와

 

골목길에 눈덩이처럼 굴러가던 이야기처럼

완전, 삐뚤빼뚤 제 마음대로야

 

 

 

 

문학과창작 201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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