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추석이나 설명절하면 마냥 들뜨고 명절날이 빨리 오기를 무척이나 기다려졌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명절이 다가오면, 낙엽 쌓인 산길을 걸어가며 그 낙엽들을 망연히 바라보고 서있는 사람처럼 마음이 허허롭고 쓸쓸하기만 한다. 내 자신이 살아온 지난날에 대한 회한과 현실의 고달픔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의 소용돌이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직! 땀만 흘리면 되는 줄 알고 살아오면서 흘린 그 땀들이 현실에 있어서는 결코 좋은(?) 결과만이 될 수 없음을 알아서일까, 민족고유의 명절 때만 되면 나는 심한우울과 함께 명절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내 마음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쨌든 명절이 되면 나는 기본적으로 고향 생각이 나고, 유년시절의 그 고향에 얽히고설킨 생의 검은 뿌리들이 내 온몸을 휘감아 버린다. 하늘을 향해 소리 없는 고함을질러도보지만
언제나 그 고함은 되돌아오지 않은 헛 고함이 되었고, 나는 오늘도 추석을 며칠 앞에 두고 가슴가득 낙엽을쓸어안고 추석명절을 맞이하고있다
돌이켜보면, 세월의 흐름보다 더 빨리 변해가는 현실 앞에서 남에게 뒤지지 않겠다고 달리고 또 달려야만 하는 현대인들의 쓸쓸하고 아픈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바쁜 일상 속에서 미처 생각도 못한 채 살아오다, 명절이 가까이 다가오면 그때서야 옛일들과 옛사람들의 따뜻한 눈빛과 추억들이 생각이 나고, 그 시절과 그 사람들이 그리워지지만 이미 그들은 되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버렸거나,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도 없는 그런 사이가 되어있기도 한다. 가까운 사이라 해도 자기네 식구끼리도 콩 튀기는 시간정도의 시간밖에 낼 수없는 현대의 명절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폐일언하고 이미 시대는 변해서 가까운 친척도 명절날 만나기 힘든 그런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하니 농경시대의 명절을 보고 느끼며 자란 사람인 내가 어찌 명절 때가 되면 쓸쓸함을 느끼지 않겠는가, 결국 변해버린 세상의 바다에서 섬이 되어 살고 있으며, 앞날의 명절들은 더 쓸쓸하리라는 생각과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은, 벌써부터 세월의 무게를 너무 많이 느끼고 있음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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