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 박 흥 순
나는 어머니가 세분이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14살 어린나이에 더 이상 살아야 할 희망과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그것도 객지에서 자살을시도 했으니, 어쩌면 나는 태생적으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
죽음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약을 먹은 후유증으로, 고향의 산과 바다를 미친놈처럼 헤매이다, 몇 개월 후 얻은 결론은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복수를 위해서, 그러나 그 복수는 선의의 복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의의 복수란, 그 누구도 헤하지 않고 내 스스로 노력해서 그들보다 잘되는 것이었다. 그들이란 세상의 모든 대상이었다. 왜냐면 그때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였으며 태어나지 말아야 할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다시 시작한 객지생활, 식당꼬마, 구두닦이, 리어카짐꾼, 행상이 내 10대 때의 직업이다.
오직 한 그릇의 밥을 얻기 위해서 일을 하고 또 땀을 흘렸다.
행복은 낙원 속에 있고 그 낙원은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서 산다.
내 나이 열여덟이던 봄, 행복이란 무엇이며 그 조건은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나는 불행한 아이였고, 행복의 조건은 손톱에 낀 때 속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나도 행복해 지고 싶었다.
해서, 스스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행복이란 결코 멀리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언제나 내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것이기에, 내 스스로가 그 행복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나를 떠나지 못하게 한다면, 나도 행복해 질것이라는 내 나름대로의 행복 론이랄까 그런 확신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때의 생각에 변함이 없으며, 지금은 슬슬 구슬려가며 행복과 산책중이다.
나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십대에 해병대 입대하였고, 20대 때 중반에 콘크리트 공으로 사우디 사막에서 땀을 흘렸다.
술집종업원, 노점상, 세탁소, 떡 장사, 술집, 음식점, 건설노동자, 그 외에도 수많은 직업을 전전하면서, 오직 앞으로 앞으로만 달렸다.
나는 언제나 시간이 아까웠다.
죽으면 썩어질 육신 살아있을 때 열심히 일하자는 것이 나의 시간관이었다. 밥 먹고 똥 싸고 잠자는 시간은 살아있는 시간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바보 같은 사람이기도 했다.
세월은 참으로 빨랐다.
주택 건설 사업으로 성공한 당당한 사업가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운명은 그런 나를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
IMF 파고가 밀려왔으며 그때는 그래도 잘 견디어 냈으나, 몇 년 후 결국 그 여파에 침몰하고 만 것이다.
아는 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을 알면서, 그 준비를 해야 하는 심정이 어떤 것 인가를, 한마디로 억울했다. 어떻게 살아왔는데,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고통을 몸이 대신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혈압과 심경근색, 살아야 했다. 할 말이 너무도 많았다.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무엇인가 보람되게 살다 가고 싶었는데, 절망 속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참담한 절망 바로 그것이었다.
행복은 낙원 속에 있고 그 낙원은 마음속 깊은 고에 숨어서 산다.
숱한 역경과 고난을 건너온 여력이 나에게는 아직도 남아 있다고 스스로에게 자위하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써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이라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것이 나의 마지막 삶이라고 생각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것은 자신의 넋두리뿐이었다. 한마디로 벽이었다.
초등학교 학력의 전부인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 할 때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시작하자, 오십이 넘은 나이에 고등학교검정고시준비에 들어갔다. 가족부양과 재기의 몸부림, 그리고 만학의 길, 미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해병이 아닌가, 스스로에게 힘을 실어주며 위로하며 또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달려야만 하는 짐승인고로 달리고 또 달렸다. 가슴속에서 터져 나오려는 울부짖음을 틀어 삼키며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리다보니, 어느덧 길섶에 들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들꽃들의 향기를 음미하며 취하며 따사로운 햇살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살아있음으로 행복하고, 이렇게 서툴고 부족한 글이지만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내가 문학을 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할 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둘째 세상을 바라보는 연민의 눈빛이 불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경사회의 끝자락에서 산업사회로 진입과정을 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온 기층민들이 겪어야했던 이야기들을, 부족하지만 내 삶을 통해서 토해내고 싶은 것이다. 그 땟국 흐르지만 당당한 삶의 이야기들을 따끈따끈한 군고구마 같은 맛으로 풀어내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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