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클로버를 찾는 소년이었다.
어제 밤 사무실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간편복으로 갈아입고 사무실을 나섰다
산책이라도 하면서 5월의 숨결을 늦게라도 맛보고 싶어서였다
출퇴근길에 운전을 하면서 지나쳤던 가까운 안산천을 찾았다
흐릿한 물빛과 섬처럼 떠내려 오는 작은 물거품들을 바라보면서
어릴 적엔 이런 곳에서도 물장구 치고 붕어도 잡고 파라미도 잡아
동무들과 어죽을 끓여먹기도 했었는데...
아련한 그리움이 냇물처럼 가슴속을 흘러가고 있었다.
문득, 물살이 튕겨지듯 휘어지듯 느낌이 이상해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눈의 초점을 그곳에 맞추어 자세히 바라보았다.
아뿔싸, 웬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지 않는가!
나는 횡재라도 한 기분이 들고 마음이 요동치며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바라보니, 물풀 속으로 휘어가는 잉어들의 배가 불룩했다.
그렇다, 이때가 산란 시기가 아니던가!
흐르는 냇물을 유심히 바라보며 발길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살금살금 물길 따라 내려가는데 등 뒤에서는 까치들의 아침인사가
나를 달뜨게 하고 있었다.
오늘 무슨 이런 횡재가 있나,
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지는 아침이었다.
도심 속 맑지 않은 냇가에서 많은 잉어 때를 만났으니
까치들의 인침인사를 원 없이 받았으니
힘들었던 일상들이 이제는 숨통이 트일 것 같다는 기분이었다.
내친김에 나는 길가에 허리를 굽히고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
분명, 오늘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나에게도 이제는 찾아 올 것이라는 생각
온 정신을 집중시키고
눈빛은 부드럽지만 매섭게
군대시절 서치를 생각하며 찾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까치들이 응원의 합창을 보내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가로수 나뭇가지에 앉아서
행운의 박수까지 함께 보내주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것이야!
네잎클로버!
나는 조심스럽게 손바닥위에 행운을 올려놓았다.
파랗게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나는 소년으로 돌아가 있었다.
얼마 만인가?
도심 속 냇가에서 느끼는 이 행복!
참으로 가까이 있는 것을
참으로 짧은 시간이면 찾을 수 있는 것을
참으로 생각하기 나름인 것을
5월의 이 아침,
나는 안산천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는 소년이었다.
'자전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전에세이를 시작하며 (0) | 2015.01.18 |
---|---|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0) | 2014.08.21 |
詩를붙잡으려합니다 (0) | 2014.08.17 |
추석명절을 맞이하면서 (0) | 2013.09.16 |
기다림 (0) | 2013.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