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부랑아들
영등포역광장, 한 떼의 부랑아들이 오토바이소리를 지르며
행인들 사이사이를 뛰어 다닌다
아빠 손을 잡고 가던 여자아이가
제 입으로 가져가려던 과자를 부랑아들에게 던져준다
우르르 몰려드는 땟국에 절은 부랑아들,
엄마도 손에든 과자를 아이처럼 던져주며 아이와 함께 가족은 환하다
“엄마 쟤는 발이 없어”
절뚝이며 빵부스러기를 쪼아 먹고 있는
부랑아의 빨간 발목이 아이주먹처럼 뭉텅하다
역전파출소 가는 골목길에서는 누군가 토악질해놓은
토사물을 둘러싸고 부랑아들이 아우성을 치며 만찬중이다
눈에 백태가 낀 부랑아를 아이가 손가락질하며
“엄마 쟤는 왜 그래, 불쌍하다, 그치”하며 아빠를 올려다본다.
백화점의 뜨거운 바람이 역 광장의 차가운 열기 속으로 스며드는 한낮
사람들에 길들여지고 매연煤煙꽃에 찌들은 비둘기들이
싸락눈 내리는 하늘을 향해 오토바이소리를 내며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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