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알바생길거리주검 성폭행 용산참사
토네이도 몰아친 들판에서
작은 가슴을 쓸어않고
두 눈 껌뻑 껌뻑이며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시인이 바라보는 것은
매화꽃을 뭉그러뜨리는 사람들
귀뚜라미 울음소리 서리에 젖어도
남쪽 향해 뻗어가는 호박넝쿨 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 숨소리를 가슴으로 품는 것이다
시인의 가슴은
저리고 터지려는 울음 누르고
사라져버린 춤판을 찾아 헤매는
시든 꽃으로
푸른 세상을 써내러 가려는
그것은, 어느 들판모퉁이에서
한 무더기 들꽃을 가꾸다
벌에 쏘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