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자가 오리걸음을 걷는다
은행나무 아래 의자하나가 있다
관절의 꺽쇠는 녹슬고
엉덩이는 나비처럼 펄럭이고
허공 향한 다리는 마른 상처투성인데
홀로,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고 서있다
언덕배기 이팝나무로 서 있을 때
쉬고 싶은 엉덩이 맞이하던 저 의자
관절에서 물안개 같은 신음소리가 피어올랐었지
그때마다 제 관절 따위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듯
언제 올지도 모르는 지친엉덩이 기다리며
쉴 사이 없이 하얀 꽃망울 터뜨리고 있었지
처진 어깻죽지 밤낮으로 기다리던 사람처럼
털썩 주저앉지 않아도
그 눈빛만으로도 포근하던 의자
나이테가 연꽃 닮은 내 의자
오리걸음으로 빈 유모차 밀며 걸어가는 내 의자
그 의자 옆으로 금빛몸매 자랑하는 듯
은행잎 우르르 몰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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