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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트렁크에는 무엇이 들어있나

가출

by 바닷가소나무 2013. 1. 29.

 

가출

 

 

땡볕인데 칼바람이 불어왔다

엄마는 호랑이 눈빛을 조심하라 했다

나는 늑대 웃음이라 소리쳤다

두 뺨에 천둥번개가 번쩍했고

허기진 방바닥에 나뒹굴어진 나는

엉덩이에 불붙은 똥개마냥 뛰기 시작했다

헝클어진 실타래 한 가닥에 묶여

골목길을 달아나는 나는

늑대웃음소리를 물어뜯고 싶어 멍멍거렸다

유리조각에 베인 발바닥에 별이 밟혔다

연병할 놈! 똥물에 튀겨 죽을 놈!

달리고 또 달렸다

구겨진 종잇장처럼 울부짖는 엄마가 쫒아오고 있다

거기서! 가면 안 돼!

뒤틀린 골목길로 쫒아오는 고함소리는

피었다 뭉개지는 엉겅퀴 꽃 같다

엄마는 오늘밤도 밤일을 갈 것인데

쓰레기더미 가득한 막다른 골목길에선 나는

두 뺨에 수많은 별들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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