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땡볕인데 칼바람이 불어왔다
엄마는 호랑이 눈빛을 조심하라 했다
나는 늑대 웃음이라 소리쳤다
두 뺨에 천둥번개가 번쩍했고
허기진 방바닥에 나뒹굴어진 나는
엉덩이에 불붙은 똥개마냥 뛰기 시작했다
헝클어진 실타래 한 가닥에 묶여
골목길을 달아나는 나는
늑대웃음소리를 물어뜯고 싶어 멍멍거렸다
유리조각에 베인 발바닥에 별이 밟혔다
연병할 놈! 똥물에 튀겨 죽을 놈!
달리고 또 달렸다
구겨진 종잇장처럼 울부짖는 엄마가 쫒아오고 있다
거기서! 가면 안 돼!
뒤틀린 골목길로 쫒아오는 고함소리는
피었다 뭉개지는 엉겅퀴 꽃 같다
엄마는 오늘밤도 밤일을 갈 것인데
쓰레기더미 가득한 막다른 골목길에선 나는
두 뺨에 수많은 별들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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