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어둠속 비틀거리던 두 눈이
직선으로 거울에 꽂혔다.
충혈 된 분노가 벌겋게 못을 처박고
성난 두 눈으로 비를 철철 맞고 있는 중이다.
거울이 출렁이고
빛 속의 검은 강이 헐떡인다.
아니, 흙빛 바닷물이 넘실되고 있는 것이다.
깡마른 승냥이 한 마리
가파른 비탈을 힘겹게 헐떡이며간다
많이도 굶주렸나보다
젖어있는 눈에는 어두움이 넘치고 있다.
산등성이에 걸려있는 달빛을 바라보며
거울 속 얼굴이 히죽히죽 웃기 시작한다.
천둥소리가 번갯불이 쨍그랑
거울을 깨뜨린다.
조각난 칼날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간다.
번뜩이는 빛 속에서 신음소리가 굴러 나오고
깨진 칼날들이 납작 엎드린다.
검은 강도 승냥이도 히죽히죽 웃는 얼굴도 칼날까지
두 눈이 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