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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트렁크에는 무엇이 들어있나

그 때

by 바닷가소나무 2013. 1. 29.

 

그 때

 

   형이 동생에게 주먹으로 형 코를 박으라 하였고 총을 들었고 빨간 피가 쏟아져 옷을 적셨고 총소리 콩 볶았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었지 여섯 살 아이 울지 않았고 해는 자꾸만 넘어 갔어 길은 어두워 보이지 않았고 무서워 미친 듯이 달렸다 갈대 흔들려 휠은 휘지 않았고 그들은 잘도 쳐 먹었지 등짝에 붙은 배는 둥그렇게 펴졌고 우산 없어도 키는 무럭무럭 자랐고 질통지고 달리는 등에서 김이 무럭무럭 올랐어 바다를 건넜고 바람 불어 머리가 땅으로 처박혔고 친구는 웃었지 귀신 잡는 해병이 있었고 피 흘리는 귀신도 보았고 등가죽이 싸늘해서 더럽게 무서웠고 입을 앙 당 물었고 입술을 깨물었고 터진 입술이 짭짭 했어 바다를 생각 했고 하루가 수년이 파도쳤고 아프도록 주먹을 쥐었고 막걸리도 먹지 못 했어 하느님 부처님 없었고 외로움에 떨었고 비틀거렸고 거울을 보았고 산을 보았고 골짜기를 알았고 꽃도 알았고 향기도 알았지 낙엽 지는 것도 알았어 하늘 높아 푸른 것도 알았고 고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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