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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숙/잘랄루딘 루미 인간이란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메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소림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인이니까. 2024. 5. 30.
자산어보 홍어 전 느그들 아냐입맛 다시며 환장하게 좋아하는나의 출생지가 어디 콧구멍에 붙었는지 파도가 말이여 시퍼렇게 흰 거품을 물고 늘어지는 곳그랑께, 갈매기가 똥을 싸갈겨도파도가 금시 꿀꺽해 불고 눈 깜빡 해 부리는 그런 곳이여 긍께, 나는 그 바다 속에선완전 무용수 였제,내가 너울너울 춤을 추기시작하면상쾡이도 한목 거들다챙피하다고 내빼부럿당께 거시기, 거기가 어디냐문정약전선상이 자산어보를 긁었다는 곳시제 근데 말이여, 나는 지금 두엄 속에서숙성의 도를 당신에게 맛 봬줄라고벌러덩 누워 있어라우 코가 쏴한 코빼기 한 점아자씨 입속에서 꿀꺽 넘어가게 해 줄 것 잉께막걸리 한대빡 옆에 놔두고째끔만 기다려보쑈잉 2024. 5. 30.
팽이 /박흥순 딱! 딱! 딱!닥나무껍질 팽이채에 맞으며힘차게 돌아가는 팽이 눈발 속에서, 빙판 위에서, 칼바람 속에서내리치는 채찍에 맞으면 맞을수록태극무늬 선명하게 그리며힘차게 돌아가는 팽이 팽이채 끝자락이 조금씩조금씩 떨어져 나가땅바닥에 나뒹굴어도팽이는, 윙, 윙, 잘도 돌아간다. 홀로,빙판의 언덕길 걸어오며아픔까지도 환하게 삼키고삼 남매 키워내신 '꼭' 우리 어무이 같다. 2024. 5. 30.
강아지풀 / 박흥순 비개인 뒷산에 올랐더니풀 섶에 강아지풀들이 보송보송 하얀 솜털이 간지럽게 보인다.한 놈 꺾어 손바닥에 올렸더니성문, 재석, 종복, 성두, 까르르 웃어대는 까까머리들이 구르고치렁치렁 긴 머리의 화련이도 구른다저, 멀리 있는 줄만 알았던 어린날의 풀벌레소리가 밀려오기 시작한다뻐꾹뻐꾹 뻐꾸기까지 노래를 불러준다 그, 아이들그 파랗게 웃어대든 솜털의 아이들어디에서, 지금도 파란웃음을 웃고 있을까파도가 밀려오던 그 바닷가에서물총새 달리는 흉내 내며 깔깔대던그런 웃음 생각이나 하고 있을까그런 웃음 쏟아내고 있을까 나는 지금 너무 멀리 와버린 산속에 혼자 있는데 2024. 5. 30.